[중혁독자] Another Night

※ 에필로그 이후 해피엔딩 날조

Paper Moon by 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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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온 대지를 불태울 듯한 열기를 품은 바깥과 달리, 한 장 유리창 안쪽 실내는 서늘한 공기가 가득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신들은 하교 후에야 올 수 있지 않았냐고, 그러니 오랜만에 자신과 함께 자고 가겠다는 이길영과 신유승을 다음날 등교를 이유로 예정보다 일찍 돌려보내자 고요와 적막이 자연스레 두 사람의 빈 자리를 채웠다.

이 집에 들어온 이후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거실 소파에 홀로 앉아 나른하고도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김독자는 문득 눈을 들어 거실 한 면을 분할하여 채운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흐트러짐 없이 곧게 뻗어져 나간 시선 끝에는 드문드문 불 켜진 도시의 마천루 너머로 심해의 그것처럼 깊고 짙푸르러 도리어 검게만 보이는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밤으로부터 제 색을 빼앗았던 도심의 광공해는 멸망했던 세계가 재건되고 멸망 이전보다 발전한 형태를 갖추었음에도 확연히 줄어들어, 이제는 빛을 발하는 별들이 맨눈에도 비칠 정도였다. 다른 이라면 무심코 탄성을 내뱉고 말았을 그 서늘한 아름다움에도 김독자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제 손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있는 아득한 광야를 마주했다.

차분한 남빛의 벨벳 위에 은과 보석을 섞은 가루를 흩뿌린 듯 찬연하게 반짝이는 별들. 한때 거대한 이야기 아래 짓밟혀오던 자들의 처절한 분노와 비탄이 그들을 휩쓸었었음을 증명하듯 듬성듬성 빈구석이 있을지언정 여전히 하늘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무심코 흘리는 숨결 한 올마저 옭아매려는 것만 같이 불쾌한 시선은 한 점도 존재치 않았다. 그것이 오만하던 별들이 그들이 하찮게 여기던 이들의 손에 의해 지상으로 추락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바랐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김독자는 기다렸다는 듯 복잡하게 뒤엉기는 상념에 집중하는 대신 허벅지 위에 잠시 내려두었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무 두껍지는 않은 백지에 제목만 흑백 인쇄해 표지를 만들어 붙이고 가제본한 소설책은 한수영이 어제 두고 간 신작 소설의 1권이었다.

천재 미소녀 작가인 자신이 뭐든 못하겠느냐마는 웹 소설 연재 방식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하던 인기 작가님은 딱히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한 권 분량이 채워지자마자 제본을 해와서는 제게 던져주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란다. 일전에 했던 약속도 있고 별달리 할 일도 없어 냉큼 받기는 했지만 곱씹을수록 피식피식 헛웃음이 새어 나오는 일이었다.

그것과 별개로, 오래도록 손 놓고 있었던 소설을 다시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교수 일을 때려치우지는 않아서 매일 시꺼멓게 가라앉은 눈가로 피곤하다는 말과 투덜거림, 커피와 비타민 음료를 달고 다니던 한수영.

하지만 작은 노트북 화면 속 백지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유려한 문장으로 채워 나가는 제 악우의 어깨는 어딘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홀가분한 듯, 혹은 드디어 그녀가 원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는 듯 곧게 펴져 있었다.

때문에 한수영의 차례가 되면, 김독자는 소파 한쪽에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듯 키보드 위를 빠르고 정확하게 누비는 그녀의 손을 보며 한수영이자 지금 이 세계선의 한수영이 아닌 이와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해왔던 한수영이 언젠가 썼던 이야기를 생각하곤 했다.

인과도 선후도 없는, 비루하고 보잘것없는 제 삶의 구원이었던 이야기.

아주 오래전부터 산산이 조각난 채 방치되어 있었던 김독자의 하찮은 삶을 활자로 꿰어, 우주의 무의식으로 흩어지기를 바랐던 자신조차 감히 그들의 곁에 있을 수 있기를 소망하고 말게 되었던 이야기.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한 이야기.

그 모두가 참으로 과분한 신뢰이고 애정이었다. 홀리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그 이야기에 짙게 밴 감정이 한수영 한 명의 것만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오랜 꿈을 끝내고 낯선 병실에서 깨어나 창밖을 바라보던 자신의 등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후려치면서도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던 희원 씨, 눈가와 코끝이 발갛게 물들어있음에도 눈물 흘리는 대신 환하게 웃으며 병실로 뛰어 들어와 저를 끌어안았던 길영이와 유승이. 이렇게 사람 들었다 놨다 하기 없다고, 회사 대표인데 아저씨가 제일 늦게 온 거라고 소리치면서도 코를 훌쩍이며 다가와 돌아와 다행이라 속삭이던 지혜.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단정한 얼굴로 들어서면서도 저를 향한 걸음은 결코 흔들림 없던 설화 씨와 상아 씨, 소식을 전한 뒤 한 발짝 물러나 다른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했지만 병실을 떠나지는 않은 채 울며 또 웃고 있었던 아일렌. 그들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알았는지 넓은 병실을 가득 채울 듯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는 동료들과… 그들 사이에서 묵묵히 자신을 응시하던 한 남자.

김독자는 수많은 말들을 품고 있던 눈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보는 이의 속내를 투명하게 비추고 예리하게 베어낼 것만 같던 눈동자. 그런 사내의 눈이 그때만은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으로 얼룩져 자신을 담고 있었다.

따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견고함이 느껴지는 새파란 불길이 눈동자 너머에서 일렁이는 것을 보니 얼음을 조각해 육신의 빈 곳을 메꿔둔 양 얼어붙어 있던 심장이 뚝뚝 물을 흘리며 녹아내려 발끝부터 천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감각이 인지의 한계를 넘어 확장되는 것만 같았다. 오직 한 사람의 형상이 망막에 각인된 것처럼 눈을 깜박여도 지워지지 않았다. 통제를 벗어나 흘러넘치기 시작하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김독자’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와르르 무너졌다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재조립되는 것만 같은 감각.

언젠가 한 번 겪었던 감각을 뇌가 재차 불러온 것에 불과함을 알면서도 견디지 못하고 터지지 않는 숨을 가까스로 몰아쉬었다. 그런 자신을 보며 주변에 모여 있던 이들이 검사를-그게 무엇이든- 해야 한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 여러 말을 쏟아내며 소란스러워졌으나 유중혁과 자신만은 알고 있었다.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날 시작된 균열은 지금까지.

독자는 부유하는 상념에 연쇄 반응을 일으키듯 서서히 차오르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가 펴길 반복했다. 잔뜩 힘 들어간 손끝이 차갑게 식은 채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이전이라면 ‘제4의 벽’이 있어 이렇게까지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겠지. 허나 그때의 부동심이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이 감정이 생경하면서도 조금은 기꺼웠다.

“-읏.”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신음성에 어깨와 움켜쥔 손끝이 파드득 튀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동요하고 있었나. 언제부턴가 자신으로서는 억누를 수 없는 초조한 기분이 신경을 타고 내달리는 것 같아 김독자는 벽 한쪽에 걸어둔 커다란 시계를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11시 28분. 밤이 늦었으니 얼추 가까워졌으리라고는 생각했어도 막상 예정된 시각이 가까워지자 뱃속이 우글거리며 홧홧하게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이런 이유로는, 가느다란 숨을 간신히 이어나가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버텨내던 멸망 이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유료화 이후 한 번 멸망한 세계에서도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일 없었기에 이러한 상황이 쉬이 믿기지 않았다.

김독자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손님이 오기 전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샤워라도 할 생각이었다. 예로부터 쓸데없는 생각이 들 때엔 물을 마시거나 뒤집어쓰지 않았던가. 물로 씻어내기라도 한다면 요동치는 감정도 조금쯤은 진정될지도 모른다.

 

 

쏴아아-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김독자는 떨리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엷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뜨거운 물에 온몸을 맡기자 긴장으로 잔뜩 굳어있던 근육이 풀리며 노곤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생각이 힘들 리만치 제 머릿속을 꽉 채웠던 모든 혼란과 고뇌가 피부를 스치는 물에 녹아 흔적도 없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허나 전부 착각일 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아직도 제 곁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수증기로 희뿌옇게 물든 샤워부스의 유리 칸막이를 보던 김독자는 손을 들어 떠오르는 것을 몇 자 적다가, 여즉 물을 쏟아내는 샤워기 헤드의 방향을 틀어 글자를 지워버렸다. 작게 흘려 쓴 글씨는 세차게 쏟아지는 물줄기에 순식간에 지워지고 이내 물에 푹 젖은 남자의 모습만이 흐리게 비쳤다. 표정 없는 얼굴로 물끄러미 유리 너머를 응시하는 창백한 남자가 참으로 익숙했다.

비식 비어져 나온 웃음이 샤워부스 안을 울렸다. 이러고 있으니 꼭, 아직도 미련이 남은 것 같지 않나. 미련이랄 게 무에 있다고.

가혹하게 몰아치던 이야기의 흐름에서 놓여난 세계는 어머니와 상아 씨, 안나 크로프트의 진두지휘에 힘입어 평화로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고, 자신은 소중한 이들의 곁으로 돌아왔고, 유중혁은, 유중혁은. 굳이 말을 나눌 것도 없이 이제는 전부 다 끝난 이야기였다. 이제는 마주하면서도 한 점 흔들림 없어야 할 텐데, 마음 정리란 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쓸데없는 생각 말고 정신 차리자, 김독자.”

양손으로 뺨을 가볍게 두드린 김독자는 목멘 한숨을 삼키며 수도꼭지를 잠갔다. 한여름의 폭우를 조각내 옮겨둔 듯 거세게 쏟아지던 물줄기가 뚝 끊겼다. 귓가를 내리치던- 혹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소리가 사라지자 그 빈 자리를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커다란 심장 박동이 메꾸었다.

제 것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빨라 낯설게만 느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겨우겨우 옮겼다. 내딛는 걸음걸음을 따라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울렸다. 10분이면 충분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평소보다 긴 시간을 욕실에서 보냈으니 얼추 때가 됐으리라. 마음의 준비가 되었든 안 되었든 이제는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욕실 문 옆 수건걸이에 적당히 걸어두었던 샤워 가운을 맨몸 위로 걸치고 나가 시계를 보니 유중혁이 도착하기로 한 시각까지는 아직 몇 분 남아있었다. 그놈이라면 정시에 오거나 조금 늦을 테니 옷 입을 시간 정도는 있겠지. 독자는 침대 위 여기저기에 벌레 허물처럼 늘어진 옷가지를 집어 들려고 했다.

하지만 도어락이 열리는 것이 훨씬 더 빨랐다. 삑, 삑, 삑, 삑. 정확히 네 번의 울림과 잠금이 풀리는 무미건조한 금속성 소리. 유중혁이 오는 게 예정보다 이른 건 둘째치고, 이 집으로 들어올 때 비밀번호는 저보고 정하라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한데… 설마 다들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나.

같은 건물에 살면서 저 몰래 그리해야 할 정도로 신용이 없었는가 쓴웃음 지을 여유도 없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는 해도 김독자는 제 선택이 소중한 이들에게 어떠한 상흔을 남겼는지 알고 있었으니. 한 사람의 최선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해도, 그때에는 정말로,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하여 김독자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물음을 더 생각하는 대신 들고 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갈지,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한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는 증명을 위해 감시자에게 제 얼굴부터 비칠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사고의 방향을 틀었다.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고민 끝에 그가 택한 건 후자였다.

선택했으니 이후에 해야 할 행동은 명확했다. 옷자락과 표정을 갈무리하고 침실 밖으로 나가자 타이밍 좋게도-혹은 나쁘게도- 막 현관을 통해 들어온 유중혁이 자신이 서 있는 방향을 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어쩌면 자신으로서는 알 수 없는 다른 이유에 기인했을지도 모르지만.

부름은 없었다. 그저 서로를 인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인세에 실존하는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려한 얼굴의 남자가 자신을 향했다. 반듯한 이마 위로 흐트러진 새까만 반곱슬 머리카락 아래에는 시원스레 뻗은 숱 많은 눈썹, 그 아래에는 강철을 담금질해낸 것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매. 검은 눈은 인간의 인지로는 이해할 수 없을 심연의 한 부분이라 주장하는 것처럼 광막하고도 심유한 빛을 띠고 있었다.

거리가 있음에도 밤의 그것마냥 어둑하게 가라앉은 시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득하게 훑어내렸다. 순식간에 끓어오른 눈빛이 물기와 뒤섞인 채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영영 열리지 않을 고대의 문처럼 굳건하게 다물려있던 턱에 힘이 들어가고.

한 걸음, 유중혁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또 한 걸음.

한 걸음.

“아.”

탄성인지 탄식인지 모를 안개처럼 허약하고 희미한 소리가 짧게 새어 나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인지할 틈도 없이 유중혁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제 손목을 잡아챘다. 아직 남아있는 능력이 무색하게도 휘청이던 몸이 강한 힘에 끌려갔다.

“유, 중……!”

아차 하는 사이에 시야가 반 바퀴 휙 돌고 벽에 등이 부딪히며 둔탁한 고통이 치밀었다. 그러나 척추를 타고 오르는 아픔에 집중할 여력은 없었다.

뜨거운 열기 머금은 타인의 손이 목욕 가운을 벌리고 들어와 아직 물기 맺혀있는 옆구리를 더듬어오고, 다른 손은 제 턱을 가볍게 잡아 올렸다. 뒤이어 메말라 가칠하게 일어난 입술이 겹쳐졌다. 무언가 촉촉하고 말랑한 것이 맞물린 살덩이 사이의 틈을 문지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림과 동시에 한낮 사막의 열기와 같이 뜨거운 숨결이 인체의 가장 약한 피부를 스쳤다. 지금으로선 멀게만 느껴지는 과거 언젠가, 몸에 익을 정도로 수없이 반복된 행위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리자 혀가 틈새로 침범해 들어와 습습한 안을 뭉클하게 채웠다. 여린 점막을 간질이는 궤적을 따라 잠들어있던 감각이 깨어나며 신경을 타고 짜릿한 전율이 내달렸다.

흐트러진 가운을 벌리며 들어와 허리를 감아 안는 고목의 뿌리와도 같이 굵고 단단한 팔. 사이에 몇 겹의 천이 존재함에도 가감 없이 느껴지는 남자의 체온. 맞닿은 곳에서부터 화염이 일어 전신으로 번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한때 최전선에서 누군가를 지키는 검이자 방패가 되었던 이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김독자에게는 안정감과 안온함보다는 허공에 걸린 외줄 위를 걷는 것 같은 위태로움을 가져왔다.

세계는 멸망에서 재건되었고, 자신들이 보내온 냉혹한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실감 나지 않는 역사책 속 이야기가 되었으며, 유중혁은 더는 목숨을 걸게 될 일도 오명을 쓸 일도 없을 텐데.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테니 그를 밀어내야만 한다는 걸 아는데도…….

김독자는 격렬하게 저를 탐하는 유중혁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눈을 감았다.

별의 시선은 사라졌을지언정 제 생에 드리워진 밤은 아직 가시지 않았으므로. 어둠이 끝내 버리지 못한 제 미련과 욕심을 가려주는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품에 안은 이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있기를.

그는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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