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중혁독자] ■
◈ ~중독온5~ 중독의 연회에서 배포된 배포본
◈ 전지적 독자 시점 본편 완결 기준까지의 네타 포함
◈ Q. 수정 예정 있나요? 언젠가는 단편집에서...
오랜만에 느긋하게 집에서 쉬고 있던 김독자는 문뜩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리고 달력을 쳐다봤다. 4월 15일. 지극히 평범한 날이었지만, 그의 달력에는 ‘수업 참관’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날이었던가. 김독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옷장을 열었다. 시나리오가 있던 시절처럼 장비만 주야장천 입을 수 없는 생활로 돌아온 만큼 그의 옷장에는 다양한 옷이 걸려있었다. 뭘 입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김독자는 한 달 전, 그래도 한 세트 정도는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며 유상아가 사준 정장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정장을 입었던 게 언제였더라.
어색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거실로 향하면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유중혁의 모습이 보였다. TV 화면을 보니 유X브로 FAKER의 활약 모음 영상을 보고 있는 듯했다. 아니, 본인도 유명한 프로 게이머였으면서 왜 자기 건 안 보고 맨날 FAKER 영상만 보는 건지.
“오늘 시간 비어?”
“무슨 일이지?”
“있어? 없어?”
“내가 무직이라는 건 알고 있지 않나?”
“아, 맞다. 응…….”
단호한 말에 되레 뻘쭘해진 듯 김독자가 제 볼을 긁적였다.
시나리오가 끝나고 시나리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수년. 한국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때 다시 프로 게이머로 복귀한 유중혁이었으나 무슨 일인지 돌연 은퇴 선언을 했었다. 그 뒤로 1년 동안 그는 집에 있으면서 적당한 백수의 삶을 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수의 꿈을 꾼다고는 하지만 유중혁도 마찬가지였던가, 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뭐, 돈은 충분하니까.’
시나리오로 벌었던 코인들은 어느새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유중혁도 김독자도 어느 정도 벌이가 되는 덕분에 옛날처럼 돈 걱정하며 사는 일은 없었다. 특히 자가 문제가 해결되니 더더욱. 키워야 하는 애들이 셋이 되었으나 혼자 돈벌이하는 것도 아니었고, 한수영이나 유상아도 주기적으로 애들한테 쓰라며 돈을 보태주기도 했다.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 건 무리더라도 몇 년 정도 백수 생활 하면서 느긋하게 쉬는 정도는 가능했다.
“어디 갈 생각인 거지?”
“은밀한 모략가한테.”
“죽고 싶나?”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유중혁이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급격히 몸에서 피어오르는 살기는 금방이라도 들고 있는 리모컨을 던질 기세였다. 김독자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으며 변명했다.
“그런 게 아니라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런 게 아니라면 대체 왜 그놈을 찾아간다는 거지?”
낮게 깔린 목소리는 김독자가 아닌 은밀한 모략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끝나고 몇 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하네. 김독자가 태평하게 생각하고 있자 유중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놈이 거기에 가고 싶어 할 줄은 몰랐군.”
“나도 어색하지만. 지혜가 한 번쯤은 와도 괜찮지 않겠냐고 계속 성화여서 말이야.”
999회차 이지혜를 언급하며 김독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시나리오가 끝나고 시스템도 제구실을 못 하게 된 현재에도 어떻게 방법을 찾았는지 999회차 이지혜는 김독자에게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연락이라고 해봤자 주로 가장 오래된 꿈, 그러니까 어린 김독자에 관한 이야기들뿐이었지만.
그러다가 한 달 전, 이지혜에게서 돌연 ‘이쪽으로 오지 않을래?’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당연히 농담이라 생각하며 ‘내가 거길 어떻게 가’하고 답장을 보냈더니 아주 상세히 오는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얼마나 어처구니없으면서도 확실한 방법인지, 이지혜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특히 우리엘-이 옆에서 도와줬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올래?’가 아니라 ‘와라’였다. 정말 그 스승에 그 제자가 아니랄까 봐.
결정적으로 김독자가 이를 수락한 이유는 마지막에 적혀있던 말 때문이지만.
‘그 애도 아저씨를 보고 싶어 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더 거절하겠는가. 김독자는 두 손 두 발을 든 채 이지혜에게 가겠다고 답장했고, 뭉그적거리다가 결국 당일을 맞닥뜨렸다.
이렇게 된 경위를 떠올리며 머리를 긁적이던 김독자를 쳐다보던 유중혁이 리모컨을 내리고 물었다.
“괜찮은 건가?”
“음. 미묘하네.”
애매한 대답과 함께 김독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지혜와 연락을 주고받은 지는 꽤 됐지만, 그들을 만나는 건 시나리오가 끝난 후 처음이었다. 마지막 만남이 썩 유쾌하지 않았던 건 둘째치고, 어린 저와 은밀한 모략가, 999회차의 다른 이들을 어떤 낯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메시지를 보낼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 들지 않겠는가.
상대도 당연히 저와 마찬가지일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마주하게 되는 일만큼은 없을 거라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 계산한 걸까. 등장인물이 아닌 사람의 생각이란 여전히 영 알기 어려웠다.
한동안 말없이 서 있는 김독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중혁이 TV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간다.”
“어? 진짜로 가게?”
“그런 얼빠진 얼굴을 한 채로 혼자 보내면 물가에 애를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겠지.”
“아니, 내 표정이 어떻다고.”
“준비하고 올 테니 네놈은 그동안 거울이나 봐라.”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유중혁을 노려보던 김독자는 곧 화장실에 들어가서 자기 얼굴을 살펴봤다.
아무리 이계의 신격의 왕이라고는 하나 이지혜의 조언만으로는 불안한 이동이었으나, 의외로 아무런 문제 없이 그들이 있는 세계로 넘어올 수 있었다. 아니, 스타스트림도 이제 없는 곳에서 이래도 되는 건가?
작은 불안을 안고서 김독자는 유중혁과 함께 이지혜가 말한 중학교로 향했다. 다행히 ‘그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김독자에게도 익숙한 학교로, 먹통이 되어버린 핸드폰에 아쉬워하지 않으면서도 갈 수 있었다.
“중학교도 수업 참관이 있던가?”
“생각해 보니 있긴 하더라. 유승이네는 아무래도 이래저래 특수 케이스고. 나 때는 올 사람도 없어서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중혁이 너는 안 했었어?”
“기억 안 난다.”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학교에 도착하자 멀리서 저를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이지혜의 모습이 보였다.
“늦지 않게 왔네. 사…, 그쪽도 왔네.”
“너만 있어?”
있었으면 분명 눈에 띄었을 면면들이 보이지 않자, 김독자가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이상하다. 이런 이벤트를 놓칠 사람들이 아닐 텐데.
“다들 일 있어서 못 왔어. 끝날 때쯤 올 수 있다고 했으니까 참관 끝나면 같이 밥 먹고 가.”
“아쉬워했겠네.”
“아무래도 그렇지. 독자가 중학교 들어가곤 처음인걸. 처음에는 누가 갈지로 싸우기까지 했다고.”
“너네가 싸우는 건 보통 레벨이 아니니까 자제하지 그래?”
“사부랑 똑같은 말 하네. 누가 동거인 아니랄까 봐.”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지혜를 보던 김독자는 문득 이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략가는?”
“사부도 오늘은 안 온대.”
“안 와? 못 오는 게 아니라? 왜?”
“나도 몰라. 아, 맞다. 사부가 아저씨 오면 이거 전해달라고 했어.”
근데 왜 너도 나를 아저씨라고 하는 거야? 투덜거리며 이지혜가 내민 봉투를 받은 김독자는 봉투를 열기 전, 무의식적으로 유중혁에게 시선을 던졌다. 끄덕. 김독자가 무언가 묻기도 전에 유중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열어보라는 듯 턱짓했다. 불쾌하다는 표정만 아니었으면 더 나았을 텐데.
봉투 안에는 편지지처럼 접힌 종이가 한 장 들어있었다. 정말 어울리지 않네…. 라고, 생각하며 김독자는 종이를 펼쳤다.
‘먹히지 마라.’
익숙한 필체로 적힌 글은 딱 그것뿐이었다. 뭐지? 고개를 기울이며 의아한 시선으로 이지혜를 쳐다보자, 자기도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옆에 서 있는 유중혁은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헛소리군,’이라며 일궜다.
여전히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종이를 다시 봉투 안에 넣고 상의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뭔지 몰라도 이제 와서 헛소리하진 않을 테니 가지고는 있어 봐야지.
“그럼, 수업 참관 부탁할게.”
잡생각을 치워주겠다는 듯 이지혜가 말하자 김독자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너도 안 가?”
“가고 싶긴 한데 솔직히 셋이나 가는 것도 민폐잖아. 난 여기서 기다리려고. 독자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김독자가 당황하자 이지혜가 어깨를 치며 잘 부탁한다고 덧붙이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퍼뜩 정신 차린 김독자가 몸을 돌렸을 때는 이미 이지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때는 이계의 신격의 왕이 맞다니까. 투덜거리며 몸을 돌리자, 옆에 있던 유중혁도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어라? 유중혁?”
고개를 돌리며 유중혁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그는 이미 교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지혜는 한 번도 어린 김독자가 몇 반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1학년 교실들이 있을 거로 예상한 5층으로 올라가면서 문득 그 사실을 깨달았다. 핸드폰이 먹통이니 연락할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어쩌지, 하고 당황한 것도 잠시, 김독자는 중학생 시절 자신이 몇 반이었는지를 떠올리고는 해당 반 번호가 적힌 교실을 찾아갔다.
다행스럽게도 어린 김독자 역시 같은 반이었나 보다. 뒷문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을 때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제 어린 시절의 모습을 빼다 닮았다 보니-정확히는 제 어린 모습이 맞지만- 뒷모습만 봐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네놈은 잘 먹고 잘 자도 안 자라는군.”
분명 제 중학교 시절보다 훨씬 행복하고 풍족하게 지내고 있을 어린 김독자의 모습이 기억 속의 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즉, 평균보다는 작은 체격이라는 뜻이었다.
“나도 쓸쓸하니까 굳이 지적 안 해도 되거든?”
조금 눈물이 날 거 같은 상황에 김독자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어린 김독자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교실 뒤를 빼곡히 채운 어른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찾듯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아이는 김독자와 유중혁을 발견하자 얼굴을 활짝 폈다. 저를 반기는 모습에 김독자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어지는 수업은 지극히 평범한 수업이었다.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이 손을 들고 대답한다던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그런 평범한 일상의 모습. 어린 김독자 역시 몇 번 손을 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저렇게까진 안 했던 거 같은데. 그러나 마치 부모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를 보는 것만 같아 귀여웠다.
“수업 참관도 나쁘지 않군.”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에 김독자는 힐끔 옆을 쳐다봤다. 평소의 굳은 얼굴 그대로 앞을 바라보고 있을 뿐인 유중혁이었지만, 어딘가 풀어졌다고 느끼게 했다. 김독자는 작게 웃으며 나지막이 소곤거렸다.
“그러게. 다음에 애들 수업 참관 있으면 그때 또 갈까?”
김독자의 제안에 유중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의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수업 참관 역시 함께 끝났다. 좋은 기억도 없고, 제가 살던 세상도 아니기는 하나 모교를 방문했다는 기분에 유중혁과 같이 교내를 잠시 돌아다니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수업 참관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이 이미 도착해 어린 김독자 곁에 서 있었다.
이상하게도 은밀한 모략가는 여전히 없었지만.
누구도 이를 지적하거나 언급하지 않았기에, 기이하다 느끼면서도 김독자 역시 의문을 입에 담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안주머니 안에 넣어둔 봉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신나게 앞장서는 사람들을 뒤따라가던 중에 김독자는 제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는 감각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시선을 내렸다. 어느새 멈춰선 어린 김독자가 저를 붙잡은 채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걸음을 멈추고 상체를 살짝 숙여 아이와 시선을 마주치며 물었다. 아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아이의 말에 김독자는 잠깐이나마 오기 싫어했던 과거의 자신을 탓했다. 아이를 이렇게 마주하는 건 아직도 미묘한 감정이 들었지만, 계속 질질 끌고 가는 것도 서로에게 좋지는 않겠지.
“별말씀을.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모교에 올 수 있어서 즐거웠어.”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는 어딘가 기쁜 듯, 또 새삼스럽게 부끄러운 듯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든 어린 김독자는 눈동자를 굴리며 시선을 김독자에게서 유중혁으로, 이어 걸어가는 999회차 이지혜와 김남운, 우리엘, 그리고 이현성에게로 옮겼다.
“저는….”
아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는 이 세계가 좋아요.”
“응?”
그냥 들으면 이상할 거 하나 없는 말이었지만 김독자는 의문을 안고 되물었다. 지금 하는 대화에서 약간 어긋나지 않았나? 그 반응에 아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에는 지혜 누나도 있고, 남운이 형, 현성이 형, 그리고 우리엘 누나가 있어요. 모두 저를 잘 돌봐줘요. 맛있는 밥도 먹고, 작은 일에도 칭찬해 주고….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밤도 이제는 없어요.”
“…….”
“특히 중혁이 형은 굉장히 다정해요. 제가 뭘 못해도 화내는 일도 없고, 밥도 늘 맛있게 해주시고…. 그리고…. 언제나 지켜봐 준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예요.”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중혁이 형, 정확히는 은밀한 모략가에 대한 말에 김독자는 어딘가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어린 김독자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래. 애 앞에서는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지.
… 그렇다고 이렇게 볼을 붉히며 말할 일인가?
입을 굳게 다물며 다음 말을 기다리자 어린 김독자가 고개를 들어 김독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요.”
단호한 목소리는 김독자로서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왜냐면 이건 ■이니까요.”
순간, 노이즈가 귓가를 때렸다. 세계가 원래대로 돌아간 뒤로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인상을 찌푸리며 김독자는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미안, 뭐라고?”
“…….”
어린 김독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김독자를, 또 다른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평범했던 검은 눈동자가 순식간으로 별을 머금은 밤하늘처럼 변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무언가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 밤하늘에 새겨진 별이 희미해져 가다가, 이내 부서졌다.
그 순간, 김독자는 깨닫고 만다.
아이의 말이 무엇인지.
이 ‘세계’가 무엇인지.
“미안해요.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엔딩이 아니라는 건, 이제는 알잖아요.”
그리고 꿈이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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