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아키] 사랑에 빠지는 순간
#토우아키 전력 60분
전력 주제: 교실
프로젝트 세카이
아오야기 토우야 × 시노노메 아키토
* 중간에 시점이 아키토로 바뀝니다. 캐붕 날조 주의....
주변으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방과 후, 교실을 빠져나가는 아이들 사이로 토우야가 유연하게 제 걸음을 옮겼다. 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친구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 눈으로는 아키토를 찾았다. 이내 제 자리에 앉아 책상에 엎드려있는 주황 머리가 눈에 띄었다. 잠든 건가. 깨워야 하나. 피곤한 것 같은데, 이대로 두어도 알아서 일어나겠지. 오늘 스케줄은 따로 없었다. 좀 쉬게 두어도 괜찮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키토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아이의 인사를 받아준다. 아키토가 깨길 기다리며 책을 하나 읽기로 했다. 책을 펴 시선을 내렸다. 한 글자 한 글자, 책을 조금씩 읽어나갔다.
이후 아키토가 일어난 건 토우야가 읽던 책의 페이지를 대여섯 장쯤 넘겼을 무렵이었다.
눈이 떠졌다. 캄캄한 책상이 대충 눈에 들어오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래 잤나, 마지막 자습이 끝날 무렵 엎드린 것 같은데 학교는 이미 끝나 반 아이들이 떠드는 시끄러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든 눈앞에, 토우야가 보인다. 푸른 머리가 앞으로 쏠려 흘러내리고 시선은 책을 향해 있었다. 제가 일어나길 기다린 모양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그런 건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그저 창을 등지고 책을 읽는 토우야가, 고요하고 빛 빠진 눈 빛이 세상을 멈춘 것만 같았다. 제 파트너가 이렇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까지도 느껴졌다.
" 아키토, 일어났어? "
토우야가 책을 덮었다.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안정적인 목소리가 제 안을 휘저었다. 잠이 덜 깬 건 가. 그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 들리는 토우야의 목소리가 너무나 현실감 없게만 느껴져서.
" ... ... 깨우지. "
" 잘 자길래, 밤에 못 잤어? "
" 딱히. ... "
평소와 같은 알 수 없는 그 미소가 어째서 이제 와서야 다정하게 느껴졌을까. 토우야가 느긋한 손길로 제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몸짓을 따라 나도 짐을 챙겨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현실감 없던 감각이 되돌아온다. 떨리는 감각이 선명해진다. 깨달으면 안 된다고 머리가 말하는 것만 같았다. 되돌릴 수 없을 거라고. 모른 척 걸음을 옮겼다. 제 뒤를 토우야가 따랐다.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내가 정말로 옆에 있길 원한다면 지금이 가장 나은 선택일 거다. 괜히 바꿀 필요 없는 일이었다. 내가 느낀 찰나의 감정을 무시한다.
" 오늘은 따로 스케줄 없었지? "
" 응. "
" 그래서 기다린 거야? "
" 응? 응. 그랬지. "
말 없는 토우야가 평소와 같아서 더 가슴이 쑤셔댔다. 내가 방금 어떤 생각을 했는지 네가 들으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한참을 고민할까. 다른 사람들처럼 놀랄까. 적어도 어떤 반응을 하던 지금의 관계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토우야를 살짝 돌아보았다. 어느새 걸음을 맞춰 옆에 따라 걷던 토우야가 보인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무슨 일인지 묻는 듯한 눈빛에 먼저 시선을 피했다.
정말, 어쩌자고. ...
" 아키토, 카페 들렸다 갈래? "
" 어? 어. ... 그러자. "
조금 어색하게나마 대답했다. 카페. ... 지금 상태로는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기도 어색할 것 같지만. 아닌 척,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걸어나갔다.
금방 끝날 거라 생각한 감정은 그 믿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어졌다. 어딜 가도 제대로 된 상태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충 얼버무리는 건 싫었으니까. 티는. ... 내지 않았지만.
그렇게 지낸 게 며칠. 교실로 찾아온 토우야를 잠시 두고 심부름으로 교무실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금방 끝날 것 같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있어서, 급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교실에 다다라서 문을 열자 창문 쪽에서부터 바람이 불었다. 머리가 살살 흔들리는 게 꼭 네가 만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눈앞에 창가 자리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그대로 잠들어 있는 토우야가 보인다. 잠들어 감긴 눈이 며칠 전 본 것처럼 고요하고 편안해 보여서 숨을 멈췄다. 혹시나 네가 깰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잠든 토우야 앞에 선다. 평소라면 널 부르며 흔들고, 눈을 뜨는 널 기다렸을 텐데. 오늘은 그렇게 하기 싫었다. 잠든 너에게 시선을 맞추듯 무릎을 굽히고, 손을 뻗어 밝은 머리를 살살 만져본다.
부드럽게 흩어지는 머리카락이 느껴진다. 손끝으로 닿은 감각이 이상하리만큼 심장이 떨려서 현실감이 없었다. 사실 잠든 건 토우야가 아니라 나였을 지도 몰랐다.
얌전히 다리 위에 놓인 토우야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나 가까운데. 천천히 그대로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는다. 잡은 손에 온기를 느끼고, 손을 끌어다 제 얼굴에 가져다 대본다.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들어 올렸다. 왜일까. 왜 하필 그때였을까.
시선을 올리자 눈이 마주친다. 아무 표정도 없는 그 눈빛이 나에게 닿았다. 그제서야 떨리던 심장이 크게 뛰어대는 게 느껴졌다. 그 소리에 주변이 온통 시끄러워서 토우야가 하는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왜 이랬을까. 그동안 잘 참았는데. 왜 오늘따라 이렇게 하고 싶었을까. 닿고 싶다는 생각을 왜 했던 걸까.
이렇게나 가까이, 네 옆에 있었는데. 대체 왜, 한 발자국 더 다가가고 싶어 했을까.
" 아키토. "
" ... ... ... "
" 아키토? "
" 언제부터 깨어있었어. "
더 이상 그 얼굴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토우야의 손을 한 번 꾹 잡았다가 그대로 놓았다. 손은 떨어지지 않는다. 내 얼굴에 닿아있던 토우야의 손이 그대로 내 고개를 들었다.
" ... 네가 내 앞에 섰을 때부터. "
" 그래. ... "
" 왜 그렇게 있었어? "
" ... ... 몰라. "
네 손길에 따라 다시 한번 불편한 그 시선이 마주친다. 다시 보인 토우야의 얼굴은 평소처럼 부드러웠다. 미소 짓고 있었다. 남은 손이 내 팔을 잡고, 끌어당긴다. 앉아 있는 토우야에게 가까이 붙는 꼴이 되어 버렸다. 내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더 이상 무어라고 말하며 아닌 척해야 하는 걸까.
" 아키토. "
" 응. "
" ... ... ... 좋아해. "
" ... ... 어? "
뜻밖에 말이 나온다.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걸까. 아니, 어쩌면 그런 고민조차 의미 없을지도 몰랐다. 너라면 분명, 진작부터 알아차렸을 거다. 어디에서 어색했을지, 어느 부분에서 티가 났을지 생각하는 것조차도 의미 없는 거다. 너라면, 미리 알아차리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냈을 테니까. 네가 하는 말은 짧은 한 마디여도 그런 의미가 있었으니.
" 좋아해. "
" ... ... 알겠어. 제대로 듣고 있으니까. ... "
그만 말해도 괜찮아. 내가 고민하고 노력한 게 소용없는 짓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내 대답이 느린 것 같으니 토우야가 한 번 더 제 마음을 전했다.
" 나도 좋아, 해. "
피한 시선이 무색하게 네 시선이 느껴진다. 그렇게나 바라보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헷갈리는데. 그런 나를 느꼈을까 네 손이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품에 안겨지자 익숙한 향이 코끝에 맴돈다. 편안했다. 그 품에 자연스럽게 기대져서 눈을 꾹 감았다. 교실로 바람이 들어왔다. 기분 좋은 바람에 도로 눈을 뜨고 토우야를 바라본다. 흔들리는 푸른 머리칼이 며칠 전과 똑같았다. 그때부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 아키토. "
" 응. "
" 카페, 들렸다 갈래? "
" 그러자. "
* 에에... 에... 죄송합니다.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 마감곡은 포장마차입니다. ... 네 안 어울린다구요. ... 알고 있습니다. ...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매일 듣는 마감곡 리스트를 튼 것뿐이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 그리고 첫 전력 참여해보겠다고 노력은 했지만 죽어버렸다는 소식... 부족한 연성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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