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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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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QJHwdyOvtAk?si=xOc1bU-GLyayoJ6O

Allegratto. 느리지만도 않은 감각으로 심장 박동의 수치가 올라가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일순간 낮은 체온이 순식간에 올라가는 것만 같은 기분 나쁜 감각이 온 몸에 느껴지자 한번 섬짓. 그리고 당신에게 느끼는 아마도 두려움이라 정의 내릴 감정에 사고가 폭풍에 휩싸여 아주 빠르게 돌아가면서도 멈춰버린다.

Crescendo.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이며 추악한 부분인 이기심은 점점 강해진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손에 쥔 최소한의 있을 곳. 그 곳이 무너져 내린다면 지젤 소피 맥거핀 또한 무너져 내릴 것이다. 구원은 없었지만 안식처라는 것은 무엇도 없는 인간에게는 구원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므로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든 그들이 옳음을 인정했다, 그 방식이 비윤리적이더라도, 강압적이더라도, 그 어떤 것이든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그 자리에 남아있다는 것이었으니까.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악기들이 홀을 가득 메우는 연주를 듣기에는 무척이나 부적합했다. 쾅- 하고 울리는 팀파니의 소리는 천둥이 울리는 것만 같았고, 우웅- 하고 울리는 튜바의 소리는 항구에서 선박이 내지르는 경적 같았다. 이뿐만인가, 찡- 하고 째어지는 심벌의 소리에 귀는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한 악장이 시작하기부터 끝날 때까지 홀 안에 앉아있기란 고역이었고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는 음악의 고조에 대한 흥분감보다는 이보다 더 큰 소리에 얼마나 고통받을지 두려움 뿐이었다. 

라나 페리 디스마스. 그 이름이 붙은 악보의 연주는 지젤 소피 맥거핀에게는 그저 이 순간이 언제 끝날지 즐거움의 기다림이 아닌 고통의 시간이었다. 당신이 내뱉은 단어들은 두 사람의 공간을 울렸고, 당신의 목소리는 지젤의 귀를 멀게 했다. 

지젤이 바란 것은 안식이었다. 당신들이 떠나지 않고 모두 그 자리에 올곧게 서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그러한 안식. 하지만 당신은 이 세계를 할 수만 있다면 뒤바꾸려 하고 있다 모두의 자리가 뒤죽박죽으로 섞여버려 지젤은 당신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것마저도 성공한다면의 이야기니 만약 그 결과가 완전하지 못하다면 無로 돌아갈 것이다. 세계가, 관계가, 당신들이, 자신이.

들리는 것은 심장 박동 뿐인 이 순간, 지젤 소피 맥거핀은 회피를 택했다. 고통에서 가장 쉽게 멀어지는 방법은 그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었다. 비록 고통이 저 아래 깊이 파묻혀 썩어 괴상한 냄새를 풍기더라도 그건 나중에 일어날 또 다른 고통이지 지금 당장은 편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도망치 듯 점점 빠르게(Allegratto) 발걸음에 가속을 붙였다. 복도를 내달리는 발걸음은 그다지 크게 울리지는 않았지만, 모래사장에서 달리면 발이 푹푹 빠지듯 발이 바닥 아래로 점점 강하게(Crescendo) 지젤을 잡아당겼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이 따라붙었고 목소리가 귓가에 안착했다. 더, 더, 더 멀어져야 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아무도 없고 자신이 혼자임을 확인해서야 멈추어 설 수가 있었다. 아마 더 오래전부터 혼자였지만 확신이 들지는 않았던 것일까, 아주 외진 곳에서 혼자 서 있었다. 헐떡이는 숨이 오래 달려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떨리는 손만큼은 라나 덕분이라는 것은 판단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서도 그는 '때문'이 아닌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무너져야 그제서야 당신의 '탓'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는 당신의 말을 아주 오래…, 영원히…,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이니까. 아주 오래된 동화 속 어미가 붙은 오래된 말….

연주가 끝난 무대에 화려한 조명들로 연주자들과 지휘자가 비치고 관객들은 환희에 차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지난 시간 텅 비고 조명도 비치지 않는 어두운 홀. 그 홀이 지젤 소피 맥거핀이 즐길 수 있는 연주회였다. 고요, 적막 그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들이 나열된 그 곳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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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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