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과제
백 시한, 페이드
훈련실 중앙에 놓인 로봇. 그것을 사이에 두고 시한과 페이드는 일정한 거리에 섰다. 허리춤에 탄창을 잔뜩 멘 시한은 가볍게 몸을 풀며 페이드를 돌아보았다.
“귀마개는 안 껴도 되겠어, 페이페이?”
“괜찮을걸. 준비됐으면 시작하자.”
“오케이.”
데저트 이글을 고른 시한은 총체에 빠르게 탄창을 끼워 넣었다. 철컥. 슬라이드를 당기지 않았음에도 약실에 탄환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페이드 또한 자세를 잡으며 이능력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삑.
- 훈련을 시작합니다.
짤막한 기계음, 그리고 안내 음성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훈련용 로봇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이드가 먼저 로봇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를 중심으로 반경 1m, 그 안으로 로봇이 들어왔을 때 페이드는 손을 움직였다. 이내 공기가 잘게 진동하고 무게를 더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하던 로봇이 순간 속도를 늦추었다.
“지금.”
“라져 댓~”
가벼운 목소리와 함께 탕, 발사음이 훈련장을 울렸다. 페이드보다 뒤로 물러선 시한은 데저트 이글을 양손으로 쥐고 로봇을 조준하고 있었다. 노리는 것은 로봇의 핵이 존재하는 심장부. 총구가 뱉어낸 탄환이 정확히 로봇의 가슴을 향해 쇄도하고,
25m,
10m,
1m.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던 탄환이 페이드의 사정거리에 들어왔을 때, 탄환의 회전 속도가 빨라졌다. 날카롭게 벼려진 공기가 탄환으로 인해 가속화되어 로봇을 향해 내리꽂혔다.
쾅.
굉음과 함께 로봇이 비틀댔다. 몸체는 움푹 들어가 있었으나 아직 가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페이드는 다시 손을 휘저었고, 시한 또한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두어 번의 발사음과 굉음이 더 이어졌다. 한 번 합을 맞춘 두 사람은 별다른 말 없이도 공격을 연계해 갔다. 이윽고,
쾅!
앞서 들린 소리보다 훨씬 큰 굉음과 함께 상체가 완전히 박살 난 로봇이 주저앉았다.
- 훈련용 로봇의 기동 정지를 확인. 63-A-01 백 시한, 63-A-05 페이드 훈련 종료합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로봇의 잔해 위로 훈련의 끝을 알리는 안내 음성이 내려앉았다. 시한은 조준하고 있던 총구를 내렸고, 페이드 또한 들어 올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생각보다 효과 좋은데? 페이페이가 도와줘서 훨씬 쉬웠을지도~”
“나쁘지 않네. 고생했어.”
“페이페이도 고생했어~ 다음에도 시간 되면 같이 훈련해주라. 잘만 맞추면 더 큰 위력을 낼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래, 뭐. 시간 되면. 그런데 탄환은 왜 그렇게 많이 가져왔어?”
“아, 안 통하면 그냥 난사하려고 했지~ 부서질 때까지! 데저트 이글이 위력 하나는 짱이거든.”
싱글싱글 웃으며 총기를 정리하는 시한을 보고 페이드는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세 발로 끝나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연이은 발사음에 귀가 멀어버릴 뻔했다. 정리가 끝났다며 손을 흔드는 시한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그는 먼저 등을 돌려 훈련장 바깥으로 향했다. 같이 가~ 가벼운 목소리가 뒤에서 그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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