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리타르트
나미는 무엇이든 잘 먹는다. 현대인이라면 하나쯤 갖고 있다는 알레르기에서도 용케 자유로웠고 편식은커녕 없어서 못 먹는 경우가 많았다. 단순한 성격 탓에 어린애 입맛, 요컨대 채소를 싫어하고 과자 종류를 좋아하리라 착각하는 사람도 많았으나, 오이는 물론 당근이나 풋고추를 쌈장에 푹 찍어 우적우적 씹어 먹는 것이 나미의 여름철 더위 나기 방법이었다. 이런
내 마음 너만이 아네, 라고 그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주인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차부터 결말까지 정해진 순서를 무시한 채 장을 넘나는 것이 마음인데. 달은 15일이면 기울고 꽃은 10일이면 시든다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유형의 존재보다도 시간의 흐름이 빠른 탓에 기울기도 전에 만월을 띄우고 시들기도 전에 꽃 목을 베어버릴 터인데. 그러나 이 세
내 마음 너만이 아네. 가장자리가 연하게 부서지면서도 여전히 선명한 초여름의 햇살처럼, 이 부드럽고도 단호한 문장은 샛별과 닻별 쌍둥이의 탄생화인 연분홍 장미의 꽃말이다. 면사포 같은 포장지 안 한가득 퍼지는 싱그러움에 닻별은 얼굴을 살짝 파묻었다. 온화한 색깔만큼이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닻별은 향기와 함께 묻어 나오는 향수를 깊이 들이
‘드디어 집에 왔어….’ 안도와 불안이 섞인 숨이 밤공기에 섞여 사라졌다.점점 커지는 고동은 곧 만날 하나뿐인 소중한 자매에 대한 기대인지, 혹은 이제 마주해야만 하는 이기심의 전조인지는 알 수 없었다. 샛별은 잠시 숨을 고르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영웅이 되었을 때 닻별이 선물로 준 회중시계였다. 장미 무늬가 새겨진 은빛 표면은 반들반들한 재질에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