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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닻 / 연분홍 장미의 꽃말

내 마음 너만이 아네.

가장자리가 연하게 부서지면서도 여전히 선명한 초여름의 햇살처럼, 이 부드럽고도 단호한 문장은 샛별과 닻별 쌍둥이의 탄생화인 연분홍 장미의 꽃말이다. 면사포 같은 포장지 안 한가득 퍼지는 싱그러움에 닻별은 얼굴을 살짝 파묻었다. 온화한 색깔만큼이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닻별은 향기와 함께 묻어 나오는 향수를 깊이 들이쉬었다.

두 사람은 생일인 6월 1일이면 연분홍 장미를 선물했다.

머리카락과 같은 색깔인 탄생화라는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그러나 하루에 다 담기지 못한 마음은 생일이 아닌 때에도 넘쳐흘러, 이윽고 반쪽을 닮은 꽃 선물은 말이 필요치 않은 약속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담아 보내는 일이 되었다. 특별한 일이나 기쁜 일을 축하한다는 명목이었으나, 서로가 시선에 담기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게 이 세계는 이미 특별했다. 입학식을 비롯하여 화단에 꽃이 피었거나 때로는 ‘이유 없이 생각나서’라는 일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유가 되었다.

어느 밤, 그들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머리 위 열린 창문으로 서늘한 공기와 함께 별빛이 들이치던 날이었다.

“샛별아. 우린 쌍둥이라서 서로의 마음을 잘 아는 걸까?”

맞닿은 이마의 온도처럼 따듯한 물음은 닻별만의 것이었다.

샛별은 그 온도를 흉내 내는 대신 비어 있는 닻별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쌍둥이가 아니었더라도 우리는 특별했겠지.”

그 말에 닻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벅찬 감정을 표현하기에 언어는 미숙하며 불요했다. 닻별은 샛별의 손을 꼭 맞잡은 채 잠들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편안한 향기가 스며들었던 기억이 났다.

닻별은 꽃다발과 함께 상념을 껴안으며 계속 걸었다. 거리의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샛별과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언제나 꽃다발을 사는 꽃집은 물론, 꽃으로 장식된 간판이 눈에 띄는 단골 카페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문하곤 했다. 언젠가 샛별이 말했었다. 네가 골라준 건 언제나 맛있다고. 닻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샛별이 아닌 다른 이와 함께 올 때마다 어째서인지 좋아하는 음료마저 씁쓸한 맛이 나, 샛별이 많이 그리웠다. 카페 맞은편 옷 가게에서는 항상 샛별과 같은 사이즈에 같은 디자인의 옷을 샀다. 그 옆에 있는 가게에서 액세서리도 같은 것으로 맞추고, 근처 서점에서는 같은 소설을 집었다. 문구점에서 산 분홍색 표지 다이어리는 같이 쓰고 있다. 말로는 정리되지 않은 미완성인 속마음을 글로 다듬어 옮겨 적는 곳이었다.

추억을 하나씩 되새기며 걷자 닻별은 금세 집 앞에 도착했다. 그는 우연이라는 단어가 운명으로 덧발라지는 마법을 실감했다. 우연히 마주친 샛별, 그리고…… 손에 들린 연분홍 장미 꽃다발.

하늘색과 분홍색 리본을 겹쳐 묶은 장식까지 똑같은 것을 보자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소소한 일상이건만 이렇게 언제나 내 곁에 있는 네가 특별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샛별아, 역시 내 마음은 너만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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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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