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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닻 / 연분홍 장미의 마음

내 마음 너만이 아네,

라고 그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주인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차부터 결말까지 정해진 순서를 무시한 채 장을 넘나는 것이 마음인데. 달은 15일이면 기울고 꽃은 10일이면 시든다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유형의 존재보다도 시간의 흐름이 빠른 탓에 기울기도 전에 만월을 띄우고 시들기도 전에 꽃 목을 베어버릴 터인데.

그러나 이 세찬 격류 속에서도, 샛별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

샛별은 제 손에 들린 작은 꽃다발을 내려다보았다. 은은한 향기를 피우는 풍성한 크림 분홍색 꽃이 여러 송이 묶여 있었다. 겹쳐 묶은 두 색의 리본은 닻별이 생각나 충동적으로 고른 것이었다. 꽃다발, 포장해드릴까요? 묻는 종업원의 뒤편에서 만국기처럼 팔랑거리는 색색깔 리본을 보고 있자니 샛별은 쌍둥이 동생 닻별이 떠올랐다.

리본이 가볍게 나부끼며 그리는 작은 호, 그 부드러운 결이 만들어내는 곡선을 닮은 닻별의 곱슬머리가. 가끔 뒤집히는 앞머리 밑 잘 닦인 창문처럼 투명하게 반짝이는 파란 눈동자도. 그리하여 고른 분홍과 파랑 리본이었다. 어우러져 묶여 있는 파스텔톤 보색이, 꼭 저와 동생을 닮았다고 샛별은 생각했다.

한 줄기에서 나온 물이어도 웅덩이와 바다는 다르다. 샛별과 닻별이 꼭 그러했다. 한 번 보아도 쌍둥이임을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닮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닮았는지는 집어내지 못할 정도로 닮은 곳이 없었다. 부드럽고 소심하지만 소신 있는 닻별은 분홍, 차갑고 유능하지만 걱정이 많은 샛별은 파랑.

그러나 두 색은 샛별과 닻별, 둘 모두가 한 몸에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샛별은 종종 닻별의 마음이 느껴지곤 했다. 커피에 떨어뜨린 각설탕이 서서히 녹듯이, 천천히 계절이 바뀌어 다가오듯이. 그럴 때면 너와 나의 구분이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심장 하나를 쪼개어 두 사람을 만들었다 한들 이토록 같은 마음이 될 수는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 만큼 강인하게 전해져왔다. 샛별은 스스로의 마음에 자신이 없어질 때면 스며들어오는 또 하나의 마음을 믿었다.

내가 길을 잃어도 확고한 좌표가 빛나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 떠있는 길잡이 별처럼, 언제나 닻을 내리고 내 마음속에 떠 있는 너라는 별.

네 마음이 곧 내 마음이었다. 이 공식은 틀린 적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영구히 견고할 것이다.

어느새 다가온 집 앞 맞은편에는 같은 크기의 그림자가 샛별을 반기고 있었다. 샛별이 고개를 들자 마법처럼 닻별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도 꽃다발이 있었다. 제 머리카락과 같은 부드러운 색깔의 연분홍 장미가. 꽃을 감싼 포장지도, 그 위를 두른 리본마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았다. 누군가가 훗, 작게 웃자 곧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샛별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도 샛별보다 더욱 알아줄, 오직 한 사람.

닻별아, 내 마음은 역시 너만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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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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