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작업물

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Commission by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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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고 있는가? 하데스. 연미복에, 하다못해 정장이라도 입고. 꽃다발이라도 준비한 채 무릎을 꿇어 그에게 사랑을 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회하나? 그리 묻는다면. 후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대답이 어떻게 돌아올지 몰랐기에. 당신이, 저의 물음을. 저의 사랑을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상념까지 다다랐을 즈음, 후회가 되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좀 더 준비할걸. 이렇게 성급하게 말하지 말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말하고 싶었다. 연인이 되고 싶다고.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제 마음을 고하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할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았기에. 그만큼 당신의 곁에 서고 싶었다. 같이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좀 더, 조금 더. 베르나데트, 네 손을 잡고 싶어. 너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하고 싶어. 부부라는 형식적인 명명에 한정된 것이 아닌, 연인이 되고 싶은 제 마음을. 우리, 서로 사랑하자. 서로 사랑을 일깨우고 속삭이며 함께 시간을 누비자. 서로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며 마주 웃자. 어린아이가 바라는 것은 단순하기 그지없었으나,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기도 했다. 그래, 제 눈앞의 이가 저의 목소리를 받아내 주지 않는다면. 이루어지지 못할 것들. 그러니 기다렸다. 사내는 기다렸다, 저의 사랑이 음역대를 되돌려 줄 때까지.

 

 

 

네가 원한다면……

 

…좋아.

사랑한다는 말에 실린 감정의 크기는 과연 얼마만 할까. 연인이 되고 싶다는 제 말이 품은 사랑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나는, 나는 이렇게 무거운데. 너무 무거워서 숨이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그 억누름을 줄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너의 대답. 좋아, 하고 화답한 목소리. 푸른 바다에 들어차는 것은 새빨갛게 붉어진 저의 사랑. 제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아니면,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일까. 허나 하데스, 그 사내. 그것만큼은 확실히 알았다. 모를 수 없었다. 있지, 베르나데트.

 

 

 

“입, 맞춰도 돼?”

 

 

 

그렇게 그 사내는 다시금 기다렸다.

 

다시 한 번 대답이 돌아올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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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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