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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Commission by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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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흰빛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품은 색이요, 청량한 바다를 닮아 푸르름을 빛내는 색일 터이니. 얇은 날개를 팔락이며 날아오는 것은 나비 한 마리. 세간에서는 이를 모르포라 불렀던가. 그것을 시선에 담는다. 눈길에 색이 물든다. 눈매를 둥글게 휘며 웃는 한 마녀가 시야에 자리한다. 나비에 이끌려 왔구나. 그곳은 몽환을 품은 세계. 환각이 펼치는 꿈결에 당신의 바람을 이룰 수 있는 곳. 마녀가 부드러이 웃는다. 손을 뻗는다. 검지 손가락을 내밀면 그 위로 나비가 내려앉는 것이다.

 

그 마녀, 환시를 보는 이에게 다가선다. 백은빛 머리에 씌워져 있던 뾰족한 모자를 벗는 손길. 이어지는 것은 나비의 머리를 정돈해주는 다정하고도 흥미를 지닌 이목. 그 위에 마녀 모자를 얹는다. 자신의 염원에 들어찬 나비는 개의치 않은 채 허공을 응시하기 바쁘면, 어느샌가 몸집이 작아져 간다. 이윽고 남는 것은 나비, 즉. 작은 고양이가 된 이. 환상에서 강제로 떨어져 나온 나비가 큼지막한 모자 속에서 꾸물거리면 그 마녀는 웃는다. 두 손을 내민다. 그리 행동하는 환각의 마녀의 품에, 당신은. 안길 텐가, 도망칠 것인가. 벗어날 곳이, 존재하던가?

 

 

 

나비가 있는 곳에는 꽃이 존재하는 법이라, 이끌려 온 자들은 꽃내음을 찾아 헤매이고는 했다. 그곳에 누워 잠들자, 영원히 이곳에 남고 마리라. 그것이 마녀가 정립한 책략이라 하더라도. 몸을 빼앗겨도 좋으니, 그렇게. 그렇게…… 그러나 끝이 없는 길을 걷는 나비들이 다다르는 곳은 언제나. 그 마녀의 앞이었다. 미소가 개화한다. 마녀의 관심이 꽃망울 터지듯 피어오른다. 무얼 찾고 있었던 건지 묻는 목소리. 그리하면 대답하는 나비 하나가 있었다. 꽃잎이 흐드러진다. 아, 화편은 그 눈동자를 닮아서. 그 하늘, 그 바다. 푸른색으로 정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빼닮아서!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당신의……

 

 

 

시선을 빼앗긴다.

 

이마저도 당신은 알아챌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가?

 

당신은 두 갈래 길에서 어느 선택지를 택할 것인가.

 

 

 

마녀는 웃었다.

 

나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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