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창식
1천자, 오마카세, 컨펌X
폭력 관련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각별히 유의 부탁드립니다. 나는 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으나 보아서는 안 될 것들이 한쪽 시선에 들어찼으니 이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행복인가, 불행인가.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라 일컬을 수 있는가? 아니면. 비겁하기 그지없는 방관자나 다름없는가. 세상만사를 옳고 그름으로 이분할
천일홍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매혹, 변하지 않는, 변치 않는 사랑. 그중 무엇이 가장 대표적인 꽃말이냐 묻는다면 그의 시선에는 늘 같은 빛이 맴돌았다. 셋 다 제 마음에 쏙 드는데, 굳이 골라야 해요? 그러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고야 만다. 이사벨라가 또렷한 목소리로 저 말을 내뱉었다는 뜻이 되겠다.
파이널판타지14 암흑기사 70렙 잡퀘까지의 모든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나는 너의 유일한 공범.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공모자. 너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도 나만큼은 너를 안다. 나보다 너를 알아낼 수 있는 존재는 이 에오르제아 전역을 뒤져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여름은 늘 잔혹한 법이라. 저 멀리 작열하는 태양에 눈이 시리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내리쬐는 일광을 외면하지 못했다. 항성의 형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드는 광명은 언젠가 제 시야를 집어삼켜 저를 암영에 빠뜨릴 터였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창공을 올려다본다. 이글거리는 희망을 그저 바라만 본다. 그것이 우리의, 나의. 여름
그것은 흰빛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품은 색이요, 청량한 바다를 닮아 푸르름을 빛내는 색일 터이니. 얇은 날개를 팔락이며 날아오는 것은 나비 한 마리. 세간에서는 이를 모르포라 불렀던가. 그것을 시선에 담는다. 눈길에 색이 물든다. 눈매를 둥글게 휘며 웃는 한 마녀가 시야에 자리한다. 나비에 이끌려 왔구나. 그곳은 몽환을 품은 세계. 환각이 펼치는 꿈결에
후회하고 있는가? 하데스. 연미복에, 하다못해 정장이라도 입고. 꽃다발이라도 준비한 채 무릎을 꿇어 그에게 사랑을 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회하나? 그리 묻는다면. 후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대답이 어떻게 돌아올지 몰랐기에. 당신이, 저의 물음을. 저의 사랑을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상념까지 다다랐을 즈음, 후회가 되기 시작했던 것도
암영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함이라, 토코 켄드릭은 이를 모르지 않았다. 금속의 냉기가 손끝을 타고 올라와 차가운 내음을 흐트러뜨린다. 사노라면 겪을 수 없는 것들. 제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증명. 언제나 바보라고 부르는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아닌 이상 평생을 알 수 없었을 무던한 날을, 소녀는 떠올린다. 손이
내가 네 녀석을 사랑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말했으니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일은 없겠지. 저도 알고 있어요.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나의 소중한 애착 인형. 가장 소중한, 나의. 애착 인형에게. 알고 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것이 무어가 중요할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가장 소중한 법이거늘. 당신도
목석같은 자가 열병을 앓는다. 시몬 베일리. 사람이라 부를 수 없을 마냥 인간 같지 않은 채도 없는 낯을 소지한 자. 그가 열병을 앓는다. 가까운 숨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라벤더 꽃잎이 흐드러지는 눈을 깜빡인다. 사람이구나. 너도, 인간이었어.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그는 눈을 깊이 감았다 뜬다. 이 열병은 지독한 감기일까, 아니면 새로이
그렇다. 저는, 아드 아스페라 페르 아스트라는. 쿠로를 죽일 자신이 만만했다. 얼마든지! 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신감마저 존재했으니, 이 어찌 운명이 아닐 수 있겠는가? 사랑하니 죽일 수 있는 거예요. 제가, 허니를. 사랑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어느 누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연모하는 상대를 죽일 수 있겠어요? 그렇죠? 쿠로. 죽일 거야. 죽일 수 있어.
타카스기 신스케. 살면서 망설임이란 가져본 적 없는 사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고, 저지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저지른다. 그것이, 고고한 도련님이 살아 온 세월이자 그의 삶이나 다름없음을. 학당을 다니는 아주 어린 아이였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양이전쟁 때도 분명했으며, 귀병대의 총독으로 남아 과격파 양이지사로 사는. 그리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숨 막혀. 폐부 속으로 물이 들어찬다. 밤의 호수가 지닌 온도는 차가울 대로 차가워서, 몸이 떨려야만 하는 것도 같았으나. 강호에 휩쓸린 신체는 제 것이 아닌 마냥 통제력을 잃어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욱신거린다. 욱신거리는 게 아니야. 끊어질 듯 아프다. 흐르지 않는 고요한 적수에 잠겨가는 것은 정신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죽는 걸까. 이대로, 끝인
부담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 사내, 미츠루기 레이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스스로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었다. 원래 인간이란 거울이라는 도구를 빌리지 않는 이상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모순 하나 찾아낼 수 없는. 명백한 논리다. 이의 하나 없을 것이었다. 지적할 점이 존재치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미
성준수. 감정에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바람에, 입으로도 모든 심정을 토해내는 사내는. 심기가 불편했다. 왜 불편한가? 알 수 없었다. 슛 연습을 하면서 집중을 하지 못했던 때가 손꼽을 만큼 적었던, 농구를 위해 살았고. 농구를 위해 살며, 농구가 연애보다 중요한 남자가. 지금, 슈팅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 이 말씀이다. 시바꺼…… 왜 이렇게 안 들어가고 지
파이널판타지14 마의 전당 판데모니움 연옥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 부로 고한다. 우리 아씨엔의 원형은, 에메트셀크를 상실했다. 별의 바다로 돌아간 에메트셀크는 이제 14인 위원회의 좌석이 아닌, 명계의 지배자 하데스로서 생을 마감했노라고. 이제 남은 원형은 셋 중 단 하나.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