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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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홍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매혹, 변하지 않는, 변치 않는 사랑. 그중 무엇이 가장 대표적인 꽃말이냐 묻는다면 그의 시선에는 늘 같은 빛이 맴돌았다. 셋 다 제 마음에 쏙 드는데, 굳이 골라야 해요? 그러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고야 만다. 이사벨라가 또렷한 목소리로 저 말을 내뱉었다는 뜻이 되겠다. ……님. 하지만, 보라. 저는 기필코 잔저스를 매혹하고 말 것이며, 제 마음은 변한적 없으니 그야말로 변치 않는 사랑이지 않은가! 숨이 꺼지는 소리, 간헐적인 신음. 터져 나오는 혈향이 제 시야에 번짐에도 선명한 붉은 눈동자. 얼굴을 닦는 손등에 묻어나던 핏빛과는 다르다. ……벨라 님. 과거형이 아닌 까닭은 제 사랑이 한 치도 작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노니, 그래.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얼까? 괴한으로부터 튄 피가 더럽다는 마냥 권총을 휘둘러 털어내는 뒷모습마저 제 감정을 뒤흔들기 바빴단 말이다.

 

 

 

―이사벨라 님.

 

까무룩 빛이 꺼진 보랏빛 눈동자가 회고에서 깨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월화는 다시금 깃든다. 짜증을 참을 생각 자체가 없는 자가 목소리를 높인다. 아, 왜!!! 눈을 부릅뜨고서 감히 보스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제 이름을 입에 담은 놈을 노려보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부하 한 명이 잔뜩 긴장한 외견으로 서 있다. 놀라 주춤거리지 않은 건 칭찬해줄 법도 할 테지. 허나 바리아의 대원인 이상 박수받을 처지는 되지 못한다. 지금 당장 걱정해야 할 것은 부대장, 그것도 보스 직속부대 부대장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현재 되시겠다. 눈썹을 날카롭게 지새운 이사벨라 텔시가 징벌을 내리지 않고 저 한직을 살려두었다는 건, 심지어 살려달라는 비명을 듣기는커녕 지나치기만 했다는 건. 그 부하에게 있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가 될지어니, 불똥이 튀는 건 절대 사양인 다른 부하들이 축하한다며 환호성을 지름과 동시에 다가오는 모습까지 진정으로 점입가경이다.

 

 

 

이사벨라 텔시, 대원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아직도 생생한 8살의 기억을 소중히 혀끝으로 굴려 삼켜낸다. 떠오르는 양상을 보면 마치 어제 겪은 일이나 다름없다. 10년 전이든 어제든 무슨 상관일까, 제 연심은 단 한 번도 사그라든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실수 하나 없이 모조리 끝내었으니 남은 것은 잔저스에게로 돌아가는 일뿐.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진 그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 부대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 보스에 그 부대장이라는 의미라는 것은 비밀로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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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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