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역전재판 드림 작업물

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부담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 사내, 미츠루기 레이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스스로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었다. 원래 인간이란 거울이라는 도구를 빌리지 않는 이상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모순 하나 찾아낼 수 없는. 명백한 논리다. 이의 하나 없을 것이었다. 지적할 점이 존재치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미츠루기 레이지는 자신의 표정을 읽어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냉정하고 냉철한 사내가 그런 상념을 품게 된 것은 처음이지 않던가! 그러지 않으면, 눈앞의 소녀가. 나나후시 빌리가, 방금 꺼낸 말보다 더한 말을 꺼낼 것만 같아서. 그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듣고 싶지가, 않아서. 그 사내, 미츠루기 레이지는.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빌리 양.”

 

“네. 미츠루기 씨.”

 

 

 

왜 그런 표정이지. 마치, 자신이 민폐라도 끼친 것마냥 주눅 든 소녀의 모습을 보며 사내는 답답함이라는 감정이 자신을 옭아매는 것을 느꼈다. 풀어내야 한다. 풀어내지 않으면, 이 소녀에게. 나나후시 빌리를 볼 때마다,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만 같았음을.

 

 

 

“너는 방금 죽을 뻔했어.”

 

 

 

부담을 드려서 죄송하다니. 지금, 그게 할 소리인가! 이 또한 처음이었다. 나나후시 빌리의 앞에서 화를 내는 것도,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전부 다. 이리 짧게나마 심정이 드러나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사내에게는 처음이 참 많았다. 딸이 생긴 것도 처음이었고, 그 딸에게 화를 내는 것도 처음이었다. 나나후시 빌리가, 미츠루기 레이지에게. 법학책이 아닌 유일한 책의 첫 번째 페이지를 열어주고 있음을, 그 소녀는 모를 터이다. 미츠루기 레이지마저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으므로.

 

 

 

“……왜 화를 내시는 건가요? 미츠루기 씨.”

 

“……방금, 뭐라고 했지?”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하지만요,”

 

 

 

저는 미츠루기 씨가 왜 화를 내시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그 말을 들은 사내는 순간 맥이 풀리는 것도 같았다. 왜 이리 답답하지. 무슨 말을 해야, 이 소녀가.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지? 그만 사과해라. 내게 사과하지 마. 이건 사과할 일이 아니야. 꺼내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리고, 사내는 그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소녀를 보며, 그는.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 넘치며, 확신을 품고 있는 목소리를 통해, 그 무엇도.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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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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