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판 드림 작업물

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Commission by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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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혀.

 

폐부 속으로 물이 들어찬다. 밤의 호수가 지닌 온도는 차가울 대로 차가워서, 몸이 떨려야만 하는 것도 같았으나. 강호에 휩쓸린 신체는 제 것이 아닌 마냥 통제력을 잃어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욱신거린다. 욱신거리는 게 아니야. 끊어질 듯 아프다. 흐르지 않는 고요한 적수에 잠겨가는 것은 정신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죽는 걸까. 이대로, 끝인 걸까? 아, 아버지에게. 한 번이라도……

 

 

 

몸이 흔들린다.

 

흔들릴 일 없는 호수가 일렁인다.

 

빌리.

 

빌리!

 

정신 차려, 빌리!

 

 

 

“허억,”

 

허억!

 

미츠루기 빌리가 눈을 뜬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래, 파문이 일지 않을 호수에 어째선지 물결이 일더라. 무언가 이상하더라. 이렇게 살아있어도 되는 걸까? 나는 이렇게 쓸모가 없는데. 내가 모든 걸 망쳤어. 말하지 않았는가, 호수로 추락하는 것은 몸뿐만이 아닌 정신도 마찬가지였다고. 낮의 호수를 닮은 미츠루기 빌리의 눈동자가 떨린다. 떨림이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것은 신체도 마찬가지였고, 정신도 다를 바 없었음을. 미츠루기 레이지는 알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소녀의. 아버지이지 않던가.

 

 

 

숨 막혀.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모든 걸 다 망쳤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모든 것을. 엎질러 버렸어요.

 

나만 아니었더라면.

 

내가,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소녀의 넋이 다시금 멎어가려 하는 때에도. 미츠루기 레이지는 제 딸의 한쪽 어깨를 강하게 붙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혹여나 딸이 아파할까 적당히 힘을 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무얼 해야, 딸을 진정시킬 수 있지?

 

내가 어떻게 해야, 딸이 안정될 수 있을까.

 

 

 

사내는 난생 가져본 적 없는 난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미츠루기 레이지에게, 미츠루기 빌리는 유일한 가족이요 소중한 딸이었다. 사내는 생각했다. 제 딸이 그만 자책하기를 바란다고. 네 탓이 아니라고. 네 잘못도, 그 무엇도! 아니라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전해야만 한다. 그러니 말한다. 제 딸의 귓가에 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딸.

 

나는, 네가 살아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그러니, 부디.

 

그런 것 따위에 신경 쓰지 말고.

 

너를 아끼기를.

 

 

 

미츠루기 레이지는 오늘도 그 말을 음역대에 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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