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인데 남주들이 집착한다

악녀인데 남주들이 집착한다 3

illumination by 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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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나페스 역하렘 센티넬버스


악녀인데 남주들이 집착한다

#3


글/로제

BGM : NCT DOJAEJUNG - Perfume Inst


"그러면 됐어요! 쌤 믿을게요. 저와 쌤만의 비밀이에요 알겠죠? 약속!"

여주는 서영호의 손을 잡고 붕방 거리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하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말하자, 서영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내민 여주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어줬다. 영호가 생각하기에 민여주가 생각보다 엄청 악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엔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민여주가 마치 여동생 같은 느낌이 들어 여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며 숙소 가서 쉬라는 소리를 하려는 찰나 마주쳐 버렸다. 저와 여주를 바라보는 시선을. 그때 영호는 생각했다, 앞으로 센터 생활이 파란만장해질 것 같다고.

 

『 악녀인데 남주들이 집착한다』

 


재현은 날이 갈수록 고민이 커져갔다. 새삼스럽게도 민여주덕에. 날이 갈수록 여주연을 괴롭히는 게 심해지더니 결국 센터 사람 전부와 척을 진 꼴이 됐다. 관심을 끄고 싶어도 본인의 위치 덕에 그러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쌓여가던 와중에 민여주가 훈련 중에 갑자기 쓰러져 의료 병동으로 실려 가게 되었다. 그걸 보는 입장에선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 말곤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민여주를 보내고 어차피 훈련은 글렀다 싶어서 훈련을 종료하고선 팀원들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뭐 당연하게도 여주연과 김도영 빼고는 딱히 민여주를 신경 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짜증만 내지. 근데 이것도 어차피 본인 업보 아닌가? 민여주가 여주연 괴롭히겠다고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녀서 뒷수습하는 것도 이제 질렸다.

[알림]

TEAM NCT 민여주 가이드의 치료와 더불어

실시된 건강검진이 완료되었습니다. 

방문하시어 결과 확인과, 

팀원 인계 부탁드립니다.

-N.I.S.G 의료병동 센티넬/가이드 검진센터-

그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제 워치로 민여주의 검사가 끝났으니 확인받으러 오라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참나... 사실 어찌 되든 상관없는데 팀장이라는 직책이 제 맘대로 행동하게 두질 않았다. 그래, 나름 팀장 직함 달고 있으니 가야지 명목상으론 아직까진 같은 팀이니까.

그렇게 의료 병동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민여주 상태 보고를 받고 바로 민여주가 있는 병상으로 향했다. 몸 상태가 괜찮은 건 맞는지 병상에 가까이 갈수록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쟤가 저렇게 얘기하는 캐릭터였나? 그때 귀에 꽂혀버린 문장 덕에 발걸음을 멈춘 채 커튼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영호 쌤 저 좆된거 같은데 어떡하죠."

보니까 저 안에서 민여주 상대하고 있는 게 서영호 같은데, 서영호도 꽤 놀란 건지 차트를 떨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좀 참신하게 사람 놀라게 하네. 하는 생각을 하며 냅다 병상 커튼을 젖혔다. 그러자 의외라는 시선의 서영호와 눈이 마주쳤고 서영호가 내 이름을 내뱉자, 정신 나간 듯한 민여주가 그제야 저를 바라봤다. 그래 놓고 내뱉는 말이 

"헐 미친 진짜 정재현? 미쳤나봐...진짜 홀리..헙"  

이란다. 나라는 사람을 처음 본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짓는데 이제 하다 하다 돌아버린 건가 싶었다. 그래 놓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짧은 시간 동안 시시각각 표정이 계속 변했다. 생각을 읽고 싶어서 읽은 건 아니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저 상태가 되는 건지 궁금해 저도 모르게 민여주의 생각을 읽었다. 물론 머리를 전체 다 헤집어 놓은 건 아니고. 근데 가볍게 읽어도 민여주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내가 다 피곤해질 지경이었다.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이제야 내 능력을 생각해 낸 건지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더 이상 읽으면 두통이 올 거 같아 읽는 걸 그만두곤 민여주를 데려가려 했다. 근데 민여주가 먼저 선수 치고선 입을 여는 게 아닌가.

"저 아무래도 더 쉬어야겠죠? 하하 아니 쉬어야 해요. 저 좀 자도 될까요?"


"안돼 일어나. 얘 검사 결과에 이상 없는 거 맞지?"


"검사 결과엔 이상 없는데 근데 재현아 민여주 가이드가..."

검사 결과에 이상 없다는 말에 그냥 바로 데려갈 준비나 했다. 분명 서영호가 뭔갈 말 하려했지만, 굳이 들어야하나 몸에 이상없으면 된 거지. 친절하게 데려가는 것도 사치인 거 같아서 그냥 냅다 카테터 뽑아버리고 들쳐업었다 피 좀 흘린다고 죽지는 않겠지.  

"그러면 데려간다. 안 그래도 할 일 많은데 얘가 아프지도 않은데 이러고 있으면 문제가 많거든."


"야 정재ㅎ..."


"으악 뭐야 영호쌤 안 돼요 저 더 쉬어야 한다고요. 그렇다고 해줘요!!"

그렇게 들쳐업고 의료 병동을 나가니 민여주가 엄청나게 버둥거렸다. 시끄럽게 소리치는 건 덤이었다. 그래서 센터 사람들 시선이 이쪽으로 다 꽂혔는데 벌써 피곤이 몰려와 옅은 한숨 한 번 내뱉고선 그냥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원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민여주가 생각으로 욕이란 욕을 하는 걸 읽어버렸다. 얘가 원래 이랬었나. 근데 얘 뭔가 조금 다른 거 같은데, 착각인가.

짐짝 던지듯 숙소에 민여주를 내려놓으니 민여주는 짜증을 내며 일어서곤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러다 카테터가 꽂혀있던 곳을 건드렸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하... 저런거 하나하나 그냥 짜증만 날 뿐이다. 사실 내가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도 슬슬 팀에서 나가길 바라서다. 어차피 가이딩이 부족하지도 않고. 사고만 치는 팀원 끌어안고 가기엔 내 인내심이 슬슬 바닥이었다. 근데 이상하다. 민여주가 이 와중에도 계속 이상한 생각만 한다. 꿈이라도 꿨던 건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생각들을.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미친... 아니 근데 바쁘다면서 왜 숙소를..."

뭐 물어볼 틈을 안 주네. 대충 얼버무리려고 화제 돌린 게 너무 티가 났다. 뭐, 솔직히 내가 다 알 필욘 없으니까. 어차피 내가 민여주 그냥 데려오려고 거짓말한 것도 눈치챈 거 같고 그냥 민여주의 시선을 피했다. 이런 거 설명할 이유도 없고. 그러던 와중 김도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구 같은 놈. 이런 애한테까지 다정하게 구는 이유가 뭐야? 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등장하자마자 다정을 쏟아낸다. 다정한 거, 좋지만 이 정도면 진짜 호구 아닌가?

"아... 괜찮아요. 그냥 가벼운 영양실조라고 했었나. 검사 결과엔 이상 없다고…. 아야.."

방금 민여주의 말을 듣고선 아까부터 느껴진 이상함의 정체를 알게 됐다. 쟤가 우리한테 존댓말을 왜 쓰지? 원래 같으면 편하게 말했을 텐데, 아니 말투부터 달랐을 거다. 뭘까, 갑자기 아팠다 쓰러졌다고 사람이 바뀔 수가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예민한 걸까. 그 와중에 김도영은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민여주의 상처를 쓸어주며 치료해 주었다. 사람이 저럴 수가 있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김도영 사실 사람이 아니고 친절하게 설계된 로봇 아닐까? 싶어질 정도였다. 근데 뭔가 김도영도 민여주한테 뭔 갈 느낀 듯싶었다. 나만 느낀 게 아니었나. 근데 정확히 뭐가 달라졌는지를 짚어내기가 어려웠다. 

숙소가 시끌시끌하니 다른 애들도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동혁이 나오자 민여주는 무슨 살면서 이동혁이란 사람을 처음 본 사람처럼 놀라는 게 아닌가, 분명 나 봤을 때도 저랬던 거 같은데. 계속되는 민여주의 모습에 의심만 쌓여갔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그러던 와중에 여주연과 나재민, 이제노, 김정우도 숙소로 돌아왔다. 또 다른 호구 여주연은 민여주를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가서 민여주를 걱정해 줬다. 너무 착한 것도 안 좋다니까. 

"세상에 여주야 괜찮아? 이게 뭔 일이야 팔 상태는 왜이래..."


"아... 그..."

민여주가 입을 열려 하자 팀 애들은 다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민여주를 쏘아봤다. 분명 민여주는 여주연 뺨을 때리든 밀쳐내든 하면서 여주연 탓을 했을 게 뻔했으니까. 민여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본인의 불행이 모두 여주연 탓 인거마냥... 그런데 웬걸, 전혀 예상도 못 한 반응이 나왔다.

"괜찮...괜찮아요. 보기엔 이래도 상처도 도영.... 님? 씨? 하여튼 능력으로 잘 치료받았어요"


"여주…. 여주야... 괜찮은 거 맞아? 왜 안 쓰던 존댓말을... 그리고 도영이 오빠 호칭은 그게 또 뭐야"

존댓말도 쇼크인데 김도영 호칭은 왜 저러며 무엇보다 민여주가 여주연 탓을 안 한다? 해가 서쪽에서 떠도 안 이상하다. 이쯤 되니 나만 의심이 쌓여 확신으로 바뀐 게 아닌 듯했다. 팀원들이 전부 민여주를 이상하게 봤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하다 하다 자기 방이 어딘지도 잊어버린 듯 했다. 지금 저기 있는 사람이 민여주가 맞는 건가? 마치 영혼이라도 바뀐 듯 했다. 근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러던 와중에 여주연이 여주한테 뭐라고 했냐면서 다그쳤다. 내가 뭘 해도 쟤가 한 짓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기억을 잃은 버린 듯 행동하는 민여주에 여주연은 호들갑 떨면서 난리를 쳤다. 여주연은 민여주보고 일단 씻으라며 화장실로 밀어 넣었고 나더러 어떻게 했길래 여주가 저 모양이냐며 또 뭐라 하더랬다 민여주가 뭐라고... 나는 그저 한숨을 뱉는 거 말곤 할 게 없었다. 근데 이거보다 피곤한 일은 민여주가 다 씻고 나와서 터졌다.

"여주야 어차피 네 방 내 옆방이잖아. 데려다줄게."

나재민이 민여주를 방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나는 물론 다른 팀원 애들도 놀라서 나재민을 쳐다봤다. 나재민은 팀장인 나조차도 어려운 사람이었다. 내 마인드 리더 능력으로 나재민 머릿속을 훑을 수도 없을뿐더러 항상 예상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그래도 민여주관련 일들은 그냥 아예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멀리서 지켜보기나 하던 애였는데. 이상하게 거슬린다. 아마도 팀원들이 컨트롤 안 되게 행동해서 그러는 것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나재민이 민여주를 데리고 방으로 가고 나선 숙소 거실엔 침묵만이 남았다. 여주연은 나재민이 왜 저러냐며 여주는 괜찮을지 걱정했고 김도영은 아무 말 없이 나재민과 여주가 들어간 방을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볼 뿐이었다. 이동혁은 나재민이 저거 드디어 죽을 때가 된 거 같다며 혀를 찼다. 이제노는 뭐 관심도 없다는 듯 있었고 김정우는 묘한 눈빛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n년간 다져진 촉이 말해주기를 앞으로 뭔가 거슬릴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벌써부터 피곤이 밀려온다. 다른 것도 아니고 민여주 때문에 그런다면 더더욱 짜증 날 것 같았다. 

"오빠 아무래도 이상해 오빠가 한번 들어가 봐 안에서 뭔 일 생긴 거 아니야?"

"아무리 나재민이 막 나간다지만 설마 여기서 사고를 치려고?"

"아니야 재민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거 오빠도 알잖아. 빨리!"

나재민이 민여주 방에 들어가고 나서 시간이 꽤 흐르자, 여주연은 결국 재촉하듯 입을 열었다. 걱정이 너무 많은 여주연 덕에 짧게 한숨을 뱉고선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걱정하는데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민여주 방으로 향했다. 문을 살짝 열자, 진한 가이딩이 느껴져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했더니 여주연이 맞았네 나재민이 사고 치기 직전이었다. 빠르게 방문을 열어젖혔다.

"뭐 하는 거야 지금."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꼴은 가관이었다. 나재민이 민여주 완전 물고 빨고 난리를 친 듯 했다. 근데 나재민이 왜? 그것도 민여주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 안 가득 진한 가이딩이 느껴졌다. 그제야 아, 이거 때문이구나 싶었다. 가이딩이 마치 마약같이 너무 달고 기분을 몽롱하게 만드는 듯했다. 민여주 가이딩이 원래 이랬었나. 근데 이 상황에서 나도 정신을 잃을 순 없어서 정신을 붙잡고 나재민을 바라봤다. 나재민은 그런 나를 보고선 한숨을 쉬더니 문 잠그는 걸 잊었다는 둥 하는 소리만 했다. 거슬려. 그 와중에 여주연이 시켜서 왔냐는 소리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근데 의도하진 않았는데 딱 민여주 생각이 읽혔다. 나재민도 동시에 읽은 듯했다. 민여주가 저런 생각을 한다고? 싶어 동시에 민여주를 쳐다봤다. 

나재민은 그러곤 민여주 입술이나 쓸어주면서 다음에 얘기하자는 말을 했다. 또 거슬렸다. 뭐 때문에? 나재민이 혼자 튀는 행동을 해서? 아니, 나재민이 뭐 오늘만 이러던 것도 아니고, 아마도 민여주 때문일 것이다. 맨날 사고만 터지면 민여주 때문이었으니까. 설마 내가 저 나재민 행동에서 보이는 속내 때문에 거슬릴까. 설마 그 이유더라도 사고가 그만 터졌으면 하는 마음이겠지.

그렇게 나재민은 방을 나가려다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아깝다, 나만 알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형도 알게 돼 버렸네. 근데 탐내지는 마 어차피 신경도 안 쓰던 애니까, 내가 가져도 상관없지?"

또, 또 거슬린다. 저 말이 대체 뭐라고 거슬리는 건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나재민 말대로 어차피 신경도 안 쓰던 앤데 나재민이 가지고 놀든 아니든 상관 없는데. 알 수 없는 감정에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민여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거슬리게 하지 마."

그러곤 방을 나섰다. 왜 이렇게 앞으로 피곤해질 것 같지.


다음 날 아침부터 의료 병동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자세한 민여주의 자세한 검사결과지랑 설명을 제대로 듣긴 해야 할 거 같아서. 겸사겸사 미루던 검사도 받기로 했다. 이렇게 시간 날 때 해치워야 하니까. 원래 담당이던 서영호한테 설명을 들을까 했더니 오늘 일이 있다고 다른 병동 사람이 설명해 줬다. 

"아... 그니까 민여주 가이드가 건강은 괜찮은데 가이드 파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오늘 추가 검사 예정입니다. 어... 아마 지금쯤 하고 있을 거 같네요. 혹시 숙소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나요?"

"뭐... 문제라고 한다면야 약간 기억이 흐릿해진 거 같던데요. 아니 부분부분 기억이 없어진 건가."

"으음... 아마 쓰러지고 충격으로 잠시 그럴 수도 있어요. 혹시 기억상실이 좀 오래 지속된다 싶으면 병동으로 바로 알려주세요. 아, 맞다 오늘 검사도 하시고 간다고 하셨죠? 바로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간단한 검사도 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저 건너편에서 민여주가 보였다. 가이딩 추가검사 하러 왔다더니 사실인가 보네. 하고 가만히 쳐다보는데 서영호 앞에선 민여주가 평소 안 보여주던 표정을 보이면서 대하는 게 아닌가. 민여주가 원래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무슨 서영호 한테는 강아지 마냥... 뭐라고 하는지는 몰라도 둘이 엄청 친해 보이긴 했다. 근데 왜 또 저런 게 거슬리는 건지. 저렇게 천진난만한 표정도 지을 줄 알면서 왜... 라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내가 미쳤나? 싶었다. 

근데 이상하게 조절이 안 됐다. 민여주를 쳐다보는 게. 왜 자꾸 민여주는 나를 거슬리게 하는 건지. 심지어 왜 지금은 예전과는 다른 거슬림인지. 이 거슬림의 정체는 무엇인지. 근데 왠지 이 거슬림의 정체를 알게 되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여주는 그래도 급한 일은 잠깐 미뤄진 듯 해서 잠시 마음이 가벼워졌다. 뭐 나중엔 피곤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편하니까. 여기서 눈 뜨고 제일 편한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센터 구경을 하고 싶은데 괜찮으려나. 지금까지 가본 곳이 의료 병동, 숙소 이 둘 뿐이었다. 무슨 환자도 아니고... 다행이도 제 손목에 채워진 워치엔 간단하게 센터 지도와 본인의 위치표시까지 되는 기능이 있었다. 워치 믿고 한 번 저질러봐? 

"음…. 그니까 의료 병동에서 나가면 A동 B동 C동으로 나뉘고 A동엔 센티넬 본부와 센티넬 전용 훈련시설이, B동엔 가이드 본부와 가이드 훈련시설이 있단 말이지...? C동은 현장일 관련된 부서를 제외한 부서들이 있는 건물이고…."

역시 국가기관이라 그런지 건물 스케일도 남다르다. 보면 가이드 센티넬 훈련시설이 완전 분리가 돼 있는 거 같지만 아무래도 센티넬 팀들은 메인이 팀플레이라 합동 훈련 시엔 A동을 쓴다고 하더라. 그러고 보니 체력 훈련 시설은 자율적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나 체력 좀 길러야 할 거 같던데. 구경이라도 가볼까 싶어서 B동으로 향했다. 

"우와...."

진짜 건물 개좋다. 가이드 건물이 이 정도인데 센티넬 건물은 어떻겠어! 심지어 A급부턴 사용하는 층수도 다르다고 한다. A급부턴 나름 고급 인력이라 그런지 우대를 해주는 듯했다. 넋 놓고 구경하다 누군가 제 어깨를 세게 치고 가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아!"

"어머, 미안 그러게 앞 좀 제대로 보고 다니지 그랬어."

자기가 쳐놓고 오히려 내 탓을 하더랬다. 그리고 키득키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와 민여주 철판 오진다 하긴 그러니까 아직도 팀에 남아있는 거겠지."

"여기에 지 반겨주는 사람이 어딨다고 여길 와 숙소에나 처박혀 있지"

"여주연 불쌍해서 어떡하냐, 걔도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그렇게 당하고도…."

라는 소리가 같이 들렸다. 맞다 민여주는 센터에서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민여주의 업보지만 나는 그 민여주가 아닌데. 내가 한 짓도 아닌데 왜 이런 걸 당해야 하는 거지. 여주는 저도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렸다. 뭔가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아 민여주 진짜 독한 년이네...."

"민여주...*(*^%#@"

아, 머리 아파 대체 이게 뭔 기억이지.... 여기 게임 속 민여주의 기억? 아니면..... 아니, 아니야 난 이런 기억 없는데. 아무래도 더 이러고 있다간 정신이 나가버릴 듯했다. 사람을 상대할 기력이 사라진 느낌이라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다급하게 일어나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후다닥 그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뭐라 뭐라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뛰어가는 와중에 여주연과 스친 거 같지만 나는 그런 거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당장 눈에서 눈물이 고여있는 듯했다.

"어, 여주...."

여주연이 민여주를 부르려 했으나 말이 끝맺음을 맺기도 전에 여주는 빠르게 주연을 스쳐 지나갔다. 뭔 일이 있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 저 앞에 가이드 무리가 있는 걸 발견하고 다가가서 물어봤다.

"너희 여주한테 뭔 짓 했어?"

"어우, 설마 길 가다 부딪혔는데 갑자기 저러던데. 저번에 쓰러졌다더니 후유증 아닐까?"

"아, 맞다 주연아, 여주가 좀 있다 밤에 B동 옥상에서 좀 보자던데. 따로 할 말 있나 봐."

"여주가...? 그것도 밤에? 근데 왜 직접 말 안 하고…."

"응 뭐, 팀원들 있으면 말 못 할 고민이라도 말하려나 보지. 아무래도 네가 팀원들이랑 자주 붙어있으니 말할 타이밍을 놓쳤을지도?"

주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이해가 안 됐지만 요새 여주가 좀 바뀐 듯한 느낌이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오늘 밤은 마치 뭔 일이 생기기라도 할 듯 너무 고요했다.


※본인 이외에 이 ID카드를 소지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카드를 소유하게 되었을 시엔 바로 소각하시길 바랍니다. 



※움짤을 제외한 포타에 사용된 표지, 로고, 이미지등은 직접 만들었습니다. 

gif/외부미디어는 지원되자마자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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