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타임 2차 창작

[승재승] 몸의 기억

가비지타임 / 승대재유 / 재유승대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라는 말이 있다. '운동 학습' 이라고도 불리는데, 어떤 동작을 꾸준히 반복하면 뇌는 해당 동작에 대한 장기적인 근육 기억을 생성한다. 이것이 머슬 메모리이며, 한 번 생성 된 머슬 메모리는 해당 동작을 의식하지 않고도 무리 없이 수행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스포츠에서 최대의 효율성을 뽑아내므로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용어였다.

주절주절 설명이 길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그냥 '몸이 기억한다'는 뜻이다.

농구를 하며 수도 없이 접목시켰을 말이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그 이론이 떠오를 줄은 기상호도 정희찬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사건의 발단은 쌍용기 대회가 끝난 후 열린 유스캠프에서 벌어졌다.


멀리서 봤을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가령 코트 위의 선수들에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벤치에 앉아 있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처럼. 그런 면에서 쌍용기 전까지 벤치 신세를 면치 못 했던 기상호에게 멀리서 관찰하는 건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면 남들이 미처 보지 못 한 것들도 먼저 알아차리곤 했다.

지금 기상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유스 캠프의 5:5 연습 게임 중 짜인 상대 팀의 두 선수였다. 왜 하필이면 상대 팀의 많은 선수들 중에 그 둘을 보고 있었느냐 하면, 첫째로는 둘 중 한 명이 같은 학교 농구부 직속 선배였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그 선배의 곁에서 얼쩡거리는 다른 한 명의 행동이 유독 눈에 밟혔기 때문이었다.

"재유~ 아까 패스 좋았다."

"맞나."

"맞다. 진잼민이 아직 살아있네~"

"응. 니도."

사실 귀로만 듣는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경상도 남자들의 대화였다. 문제는, 사람은 귀만 두 개 뚫려있는 게 아니라 눈도 두 개 뚫려있다는 것이다. 소리로만 듣는다면 모를까, 시각적으로 보기에 그들은 분명 어딘가 이상했다. 

가령 임승대가 진재유를 부를 땐 그저 이름만 부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늘 특정 행동이 함께 했는데 주로 임승대가 그 기다란 팔을 쭉 뻗어서 진재유의 어깨에 두르거나 때로는 목에 휘감기도 했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은 진재유에게 체중을 실어 기대거나 어쩔 땐 진재유의 정수리에 턱을 얹고는 실실 웃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부산 남자인 기상호의 눈에 충분히 남사스러운 행위였으나 그래도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있었다. 겨우 한 경기를 같이 치렀을 뿐인 임승대에 대한 데이터가 기상호에겐 충분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임승대가 좀 유난히 남한테 잘 치대는 스타일일 수도 있는 거다. 현존하는 고등학생 중 최장신인 센터가 덩칫값을 못하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진짜 이상한 건 진재유의 행동이었다.

지상고 농구부가 군기가 꽉 잡혀 있는 운동부는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선후배 간에 위계질서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시합 중 슛이 터지는 순간엔 선후배 가리지 않고 과격한 스킨십이 오가는 경우도 흔했다. 게다가 진재유는 기상호는 물론 모든 후배들에게 어려운 선배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임승대가 하는 정도의 스킨십도 시합 중엔 간혹 발생하곤 했다. 그럴 때면 진재유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쑥스러워하면서 살짝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

대놓고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지만 좀 과하다 싶으면 적당히 끊어내는 단호함이 있었다. 진재유는 그런 사람이다. 이건 수개월 간 지켜보며 차곡차곡 쌓아온 데이터가 밑받침이 되어 내린 결론이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지금의 진재유의 행동은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기상호는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임승대가 그 커다란 덩치를 구겨가며 진재유에게 달라붙는다. 그런데 진재유에게 딱히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 손을 올려서 자신의 등 뒤에 찰싹 붙은 임승대의 뒤통수 아래를 살살 쓰다듬기도 했다. 이 모든 행위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아무런 의식 없이 이뤄지는 듯 보였다. 마치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확실한 건, 저건 한 두 번 해서 생기는 머슬 메모리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과거에 수없이 반복해왔다는 소린데. 기상호의 상식 안에서 저 정도의 애정행각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관계라면 단 하나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희차이."

"와?"

"저짝에 함 봐라."

"어디? 재유햄이랑 장도 임승대?"

"맞다. 저 두 사람 아무래도 그거 같지 않나?"

"그게 뭔데?"

희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아직 눈치채지 못 한 모양이었다. 저렇게 티가 나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쯔쯧, 혀를 차며 상호가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든 후 그 사이에 턱을 괴었다. 그게 기상호가 알고 있는 가장 예리하게 보일 수 있는 포즈였다.

"저 햄들 아무래도 사귀는 거 같다 아이가."

"마! 니 제정신이가?!"

기상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희찬이 펄쩍 뛰면서 말했다. 제법 요란스러웠는지 주위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려서 순식간에 뒤통수가 따가워졌다. 상호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화제의 대상인 두 사람 쪽을 티 내지 않고 힐끔 쳐다보았다. 다행히 그 둘은 아직도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있는지 이쪽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안도의 숨을 내쉰 기상호가 잽싸게 정희찬의 팔을 잡아 끌었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코트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야 상호가 조용히 속삭였다.

"잘 봐라. 재유햄이 어디 저렇게 스킨십에 관대한 사람이가?"

"그렇긴 한데. 그래도 동갑이고 친하면 저 정도는 할 수 있다."

"동갑이고 친하면 저 정도는 한다고? 누가? 니랑 내는 그럼 뭔데."

미심쩍은 표정을 한 정희찬이 상호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간 신경 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확실히 저 두 사람 간의 거리가 좀 가깝긴 했다. 언뜻 보면 임승대 쪽이 일방적으로 진재유에게 치대는 것처럼 보였으나 진재유도 딱히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잘 받아주고 있었다. 희찬이 생각에 잠겼다. 재유햄이 저 정도로 퍼스널 스페이스가 좁은 사람이었던가? 

"확실히 좀 친해 보이기는 한데."

"그냥 친한 정도가 아니라니까! 저건 백퍼 사귀는 거다."

"아무리 그래도 사귀는 것까진 아니지 않나?"

"아니, 한 번 상상해 보라니깐. 니 그라믄 내랑 저런 스킨십 할 수 있나?"

그 말에 상호와 희찬의 눈이 동시에 돌아갔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저들의 모든 행위들을 하나하나 각자에게 대입해서 상상하기 시작했다.

"방금 봤나? 임승대가 재유햄 정수리에 턱을 콕콕 찧고 있다."

"재유햄 정수리 뚫리겠는데. 헉! 재유햄이 임승대 턱을 손가락으로 긁어주는데?!"

"머꼬. 강아지가."

"저 덩치에 강아지가 가당키나 하나. 곰이면 모를까."

"아무튼. 희차이 니 내 턱 긁어준 적 없잖아!"

"내가 왜 니 턱을...."

상상해보니 소름이 절로 끼쳤다. 정희찬이 양팔을 껴안고 몸을 부르르 떠는 걸 보고 기상호가 코웃음을 쳤다. 역시 자기 말이 맞지 않냐며 으스대는데 뭐라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희찬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 둘이 떨어졌다. 재유햄 어디 가시지?"

"물 마시러 가는 갑다. 생수 한 병 들고 오네."

"엥? 근데 와 생수병을 까서 임승대 점마한테 주는데."

눈 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지 잠시 두 눈을 끔뻑이더니 고개를 돌려 서로 시선을 부딪혔다. 정희찬이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보통 저래 생수병을 까서 주나?"

"아니지. 걍 통째로 주지 않나."

"맞다. 뚜껑은 직접 깐다 안 하나. 지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거 봐라. 둘이 사귀는 거 맞다!"

상호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희찬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제 그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저 선배들이 사귀는 게 분명하다고 믿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햄들의 애정행각을 지켜보던 희찬이 옆에 있는 상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꾹 찌르며 말을 걸었다.

"근데 햄들 언제부터 사귄 거지?"

"낸들 아나."

"함 생각해 봐라. 니는 합숙하니까 재유햄이 애인 있으면 모를 수가 없지 않나."

"...전혀 티가 안 났는데. 그럼 쌍용기 이후부턴가?"

"그러기엔 너무 짧은데. 저건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이다."

"그럼 1학년 때부터?"

"아이지. 내가 듣기로 임승대가 1학년 때 말도 없이 전학 가버렸다고 했는데. 그래서 준수햄이 점마 이름만 나오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아이가."

"내가 뭐를 갈았다고?"

등 뒤에서 들려서는 안 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확 끼쳤다. 로봇 마냥 삐걱거리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남자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들이 하라는 농구는 안 하고 농땡이를 피우고 앉았네. 니들 유스 캠프가 만만하지?"

"그게 아니고요, 햄...."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니들 둘이서 끽해야 시답잖은 말이나 지껄이고 있었겠지."

"그래도 재유햄에 관련 된 건데...."

진재유의 이름이 나오자 성준수의 미간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순간 기상호는 반사적으로 양팔을 들어 올려 가드를 세웠다. 사실 성준수가 입은 험해도 후배들에게 폭력을 쓴 적은 없었으나 이상하게 그의 앞에만 서면 마치 맹수 앞에 놓인 초식동물처럼 겁에 질리곤 했다. 

"재유가 왜? 재유한테 무슨 일 있어?"

쫄았던 게 무색하게 돌아온 대답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어투에서 걱정이 뚝뚝 묻어 나오기까지 했다. 일단 화는 면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상호가 머리 위로 올렸던 팔을 내렸다. 그러나 성준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얼른 대답하라는 듯 팔짱을 끼고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상호와 희찬이 서로 힐끗거리며 눈치만 보고 있는데 성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3, 2, 1.... 이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전까지 대답 못 하면 죽는다는 생각에 다급해진 정희찬이 기상호를 앞으로 툭 밀었다. 반사적으로 앞으로 튀어나오며 기상호의 입이 얼떨결에 열렸다.

"그, 그게요! 아무래도 재유햄이...."

"재유가 뭐? 너 말 똑바로 안 해?"

"재유햄이 장도 임승대랑 사귀는 거 같습니다!"

달달 떨면서 쏟아낸 말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상호와 희찬이 더는 말도 못 꺼내고 준수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성준수의 반응은,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어이없음이 분노와 짜증으로 바뀌는 데에 불과 몇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 씨바거. 니들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 할래?!"

"그, 그치만...."

"재유가 누구랑 뭐 한다고? 니들 어디 가서 그딴 소리 지껄이기만 해 봐. 나한테 걸리면 다 죽는 줄 알아."

몇 번 윽박질렀을 뿐인데 있지도 않은 꼬리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말려들어간 것만 같았다. 먼저 자리를 뜬 성준수의 뒤를 한껏 기가 죽은 두 사람이 졸졸 쫓아갔다. 그러면서도 기상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맞는 거 같은데. 누가 봐도 저건 확실한데. 그러다 생각이 너무 깊어진 나머지 앞서가던 성준수가 멈춘 것도 모르고 있었다. 까딱하다간 접촉 사고가 날 뻔한 걸 겨우 멈추어 섰더니 성준수가 그들을 돌아보며 다시 말을 걸고 있었다. 

"하나만 묻자. 대체 뭘 보고 재유가 저 놈이랑 사귄다고 생각한 거야?"

"네? 그게 그러니까...."

"두, 두 분이 스킨십하는 거리가 좀 가까운 거 같아서."

이번엔 니가 말하라는 듯 상호가 희찬의 옆구리를 찔렀다. 울며 겨자 먹기로 희찬이 말을 꺼내자 준수가 다 들릴 정도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여간 진재유. 내가 저거 다 받아주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저기 그럼.... 두 분 사귀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그동안 연락 없다가 다시 연락하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사귀긴 벌써 사귀냐. 그리고 임승대 저거 1학년 때부터 재유한테 저랬어. 저 씨바거 지 등치는 생각도 안 하고."

눈치 없이 기상호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아까 성준수에게 혼난 건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새로 입력 된 정보로 바쁘게 돌아간 머리 탓에 저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왔다.

"그럼 역시 1학년 때부터 사귀었던 거야!"

옆에 있던 희찬이 기겁을 하며 상호의 입을 막았으나 이미 늦었다. 아차 싶어서 앞을 보니 이미 성준수의 눈이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자 흡사 바람 앞에 등불처럼 몸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1학년 때부터 사귀었을 리 없어."

"...."

"만약 그랬다면 임승대 저 개새끼가 그때 재유한테 잠수이별을 했다는 건데."

성준수의 입꼬리가 기이하게 한 쪽만 올라갔다. 너무나 익숙한 표정이었다. 저 얼굴을 마주한다면 반드시 몸을 사려야 한다는 건 지상고 농구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제 1 생존 수칙이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면 저새끼는 내가 죽인다. 재유가 용서한다고 해도 내가 용서 못 해. 그러니까 내 앞에서 다시 그딴 소리해 봐. 아주 재밌어질 테니까."

꿀꺽. 마른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렸다. 이제 진실이야 어떻든 간에 상호와 희찬은 당사자들이 직접 인정하지 않는 한, 이 화제를 두 번 다시는 꺼내지 못 할 것임을 알았다. 궁금해 미칠 것만 같은 마음을 한 켠에 묻으며, 기상호는 아쉬움에 축 쳐진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걸었다.


같은 시각, 임승대와 진재유를 지켜보고 있는 건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장도고의 노수민은 같은 팀에 배정 받은 이규와 함께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규가 어딘가를 흥미롭게 보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먼저 보이는 건 임승대의 커다란 등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그 밑에 깔려서 버둥거리는 팔다리가 보였다. 완전히 가려져서 알아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으나 역시나 지상고의 진재유였다. 여전히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이규를 보며 수민이 말을 걸었다.

"원래 같은 학교였다더니 둘이 친하긴 한가 봐."

"그렇겠지. 원래 개는 첫 번째 주인을 못 잊는 법이거든."

"( ╯□╰ )?"

아니, 그럼 승대가 개라는 건가. 이규의 말에 수민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으나 정작 그 발언을 한 당사자는 여전히 흥미롭다는 듯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코트 위에서 찡찡거리는 경향이 있길래 어디서 배웠나 싶었는데, 전 주인이 엄청 오냐오냐 키웠던 모양이네.'

능숙하게 임승대를 다루는 진재유의 모습을 보며 이규는 속으로 웃었다. 이제야 임승대를 어떻게 다루는게 효과적인지 감을 잡은 것만 같았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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