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설마 꿈은 아니겠지? 볼이라도 꼬집어볼까 싶었으나 그만두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쯤은 허리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생전 처음 겪어본 통증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현실이 맞다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게 꿈인지 생신지 되뇌는 건, 임승대가 지금 좀 현실감각이 없어서다. 고작 반나절 동안 그가 겪은 일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성
임승대는 첫사랑에게 차이던 날, 저주처럼 퍼부어졌던 말을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 하나 변변찮은 게 없는 놈이었다. 물론 그땐 뭐에 씌기라도 했는지 눈만 마주쳐도 시선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고, 몸이 살짝만 닿아도 설레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서울말들이 대개 그렇지만 그 녀석이 하는 말은 유독 다정하게 들렸다. 그게 날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
Black Sheep Come Home (2024.7.26) “왔나.” 숙소엔 때마침 재유뿐이었다. 재유는 눈을 잠깐 치켜뜬 것 말고는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승대가 올 것을 예감했던 것처럼. 그 무덤덤함이 반가웠다. 가족 같은 느낌이 무척 오랜만이었다. 자신이 여기 있는 것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재유에게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승대를 못내
* 2024. 06. 발간 된 남농햄(@oh_my_basketHam)님의 재유승대 회지 ‘재유햄이 임승대를 물어뜯었어!’에 드린 축전글입니다. 키스의 기원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부모가 아직 치아가 나지 않은 아기를 위해 음식물을 직접 씹어서 입에 넣어주던 행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연인 간의 가장 농밀한 애정 행위 중의 하나가 부모와 자식
진재유에겐 사람을 볼 때 제일 먼저 얼굴 표정과 입 모양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이건 코트 위에서 공을 운반하는 포인트 가드 역할을 하면서 몸에 익은 습관이었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4명의 선수들, 그 중 누구한테 공을 줘야 하는지는 그들의 위치나 상황도 중요했지만 본인의 의사 표현도 못지않게 중요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내는 선수들은 핸들러에게 적극적으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라는 말이 있다. '운동 학습' 이라고도 불리는데, 어떤 동작을 꾸준히 반복하면 뇌는 해당 동작에 대한 장기적인 근육 기억을 생성한다. 이것이 머슬 메모리이며, 한 번 생성 된 머슬 메모리는 해당 동작을 의식하지 않고도 무리 없이 수행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스포츠에서 최대의 효율성을 뽑아내므로 운동선수라면
사랑니가 났다. 정확히는 나고 있다고 했다. 검진 받는 김에 뽑고 가시는 건 어떠세요. 마침 뒤에 예약된 진료도 없는데. 그게 좋겠네요. 되게 바르게 났어. 사무적으로 줄줄 읊던 의사가 질문과 답, 감탄을 모조리 혼자 처리했다. 달리 거절할 명분도 이유도 없어 고개만 짧게 몇 번 주억였다. [ 사랑니 뽑고 복귀하겠습니다. ] [ 사랑니 뽑고 ㅣ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