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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이유

진재유 성준수

무명의 인디밴드가 돈 들어올 구석이 어디 있으랴. 근근히 지역 축제를 돌며 받은 일당은 교통비를 충당하고 나면 겨우 입에 풀칠하기도 부족하다. 컵라면에 삼각김밥도 하루이틀이지, MSG 냄새에 느글거리는 구역질이 올라올 때마다 진심을 시험받는 듯 했다. 음악 없이는 죽고 못 살 것 같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 무대에 대한 갈망도 그만하지 못한가보다.

“기철이. 내도 너처럼, 음악 그만할까 싶다.”

“니 그만두면 밴드는 어떡하냐.”

“하……, 내도 거 때문에 걱정이다.”

준수는 어디 큰 기획사에서 연습생을 하다가 데뷔가 무산되고 회사를 나왔다고 했다. 노래는 곧잘 하는데 천성적으로 성대가 약한지 고음 올릴 때 삑사리가 문제였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힘이 있었다. 좀만 버텼으면 데뷔했을 것 같은데. 인디로 넘어오는 게 어디 흔한 일도 아니고 금마 허옇고 잘난 낯이 퍽 아깝기는 했다.

“한 번 잘 생각해봐. 함성이나 응원같은 게 가끔 생각나긴 하는데, 참을만하다. 그만두는 것도 영 못할 짓은 아니더라.”

돌고 돌아 제자리. 후덥지근한 밤공기를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좁아터진 단칸방이다. 준수는 며칠새 다크써클이 더 진해진 것 같았다.

“맘고생 좀 했나. 역시 내 없으면 안 되겠지.”

“고생은 무슨. 똑같지. 어차피 너도 금방 올텐데. 근데 재유,”

“안 돌아왔으면 어쨌을라고.”

“그니까. 너 아니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맞나.”

“응, 그게 맞아.”

네 줄의 베이스, 음표들의 나열, 그리고 성준수. 변하지 않았구나. 아, 나는 아직 이 열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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