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인데 남주들이 집착한다

악녀인데 남주들이 집착한다 2

illumination by 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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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나페스 역하렘 센티넬버스


악녀인데 남주들이 집착한다

#2


글/로제

BGM : WayV - Action Figure Inst


"에이,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다. 근데 이런 얼굴은 처음 봐서 그런가, 생각보다 더 재밌네."

"근데 여주 누나, 내가 충고하나 하는데 이제 다른 애들이랑 붙어있지 마. 알겠지?" 

진짜 알 수가 없었다. 나재민은 나에게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는 말만 했다. 아니 애초에 나 같은 악녀랑 다른 팀원들이 왜 붙어있겠냐고... 그냥 나대지 말고 짜져있어라 뭐 이건가...? 그전에 지금 나재민이랑 내가 너무 가까운 거 같은데….

"저...저기 지금 너무 가까운 거 같..."

뭐야 얘 왜 내가 말하니까 더 가까이 붙어와? 더 이상 피하기도 힘든 거리다. 최대한 떨어지려 상체를 기울이다 결국엔 침대에 털썩 누워버리게 됐다. 그니까 남이 보면 마치 나재민이 나를 덮치는 듯한 자세가 됐다 이 말이다. 나재민은 제 두 팔로 나를 가두고선 느릿하게 마치 시선으로 내 얼굴을 핥는 듯 쳐다보았다. 얘가 이렇게 쳐다보면 진짜 내 모든 것들이 다 발가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악녀인데 남주들이 집착한다』 

                                                                                              

  


재민은 그저 호기심이었다. 여주연과 숙소로 돌아오니 훈련 중에 갑자기 쓰러졌던 민여주가 무슨 피가 범벅이 돼서 돌아왔고 뭐 또 사고라도 쳤나 싶어서 무던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계속 보니 민여주가 미묘하게 달라진걸 알아챘다. 물론 능력을 안 써도 바로 보여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알던 민여주가 아니란 말이지. 근데 사람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가 있나? 우선 저 눈빛부터 달라졌다. 분명 예전엔 열등감과 분노 따위의 것들로 가득 차 있던 눈 이었는데 지금은 뭘까,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아니 정확히는 당황한 듯한 눈빛? 근데 왜? 잠깐 쓰러진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기가 쓰던 호칭부터 본인의 방 위치까지 다 잊어버린 채 아예 다른 사람이 돼 왔을까. 요새 꽤나 지루해지던 찰나 민여주가 180도로 바뀌어 왔다. 

그래서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능력을 써버렸다. 사실 이런걸로 능력 쓰고 그러는 사람이 아님에도. (사실 능력을 쓰지 않아도 사람을 정확히 꿰뚫어 봤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속마음을 얼굴에서 다 티 내는걸) 무엇보다 능력을 쓸 이유가 민여주일 이유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민여주는 제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냥 잔머리 정도 굴리는 멍청한 악역 정도였으니까. 뭐 근데 이건 전부 민여주 본인 스스로 악역 포지션으로 기어들어 갔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이런 걸 지팔지꼰 이라고 하던가?

적당히 민여주 머릿속을 헤집어서 보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거 진짜 재밌게 됐네. 바보 같은 팀원들은 아직도 눈치를 못 챈 것 같지만. 뭐, 재밌는 일은 나 혼자 독점해도 되니까. 그리고 민여주 본인도 모르는 게 있는 듯했다. 민여주의 가이딩이 묘하게 달라졌다. 심지어 본인이 지금 은은하게 가이딩을 뿜고 있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듯했다. 위험한데. 샤워를 하고 나온 민여주는 당황이 물든 눈빛으로 우릴 바라보았다. 왜 아직도 너희가 거실에 있냐는 눈빛이었다. 민여주는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듯 자기 방이 어디냐고 중얼거렸다. 그걸 들은 여주연이 민여주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빠르게 그사이에 내가 끼어들었다. 이상하게 그냥 그러고 싶어졌다. 

"여주야 어차피 네 방 내 옆방이잖아. 데려다줄게."

이 한마디에 민여주도, 여주연도, 그 외 다른 팀원들도 벙찐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뭐, 어차피 신경도 안 쓰지만. 민여주가 달라진 걸 다른 팀원이 눈치채기 전에 숨기고 싶었달까. 그랬다. 그 당시 상황은 나도 이해가 안 되긴 하지만, 뭐 내가 한두 번 이런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민여주는 저보다 어린애들이 반말한 거에나 신경 쓰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있는 건가?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그냥 바보 같다고 해야 할지.

"그러면 누나라고해줘? 빨리 가자 피곤하다며."

민여주가 은근히 내 능력을 잊고 있는 듯 해서 자연스럽게 언질 주듯 말을 했다. 그제야 민여주는 자신이 뭘 잊고 있었는지 생각이 난 듯 했다. 진짜 단순하다니까. 그렇게 빠르게 민여주는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민여주 방에 마지막으로 와본 게 언제였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여주연이 팀 가이드로 온 뒤론 계속 여주연한테 가이딩을 받았었으니까. 민여주 방은 심플 그 자체였다. 딱딱 있을 것만 있는? 의외네... 그런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민여주 방에 완전하게 들어와 문을 닫았다. 솔직히 이걸 노린 거였으니까. 저와 민여주 딱 둘만 남는 상황을. 근데 꽤 당황했나 보네 표정에서 다 티가 난다. 숨길 생각이 없는 건가?

"저…. 저기 왜..." 

"아, 드디어 둘만 남았네, 저긴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 그치?"

문 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솔직히 처음엔 진짜로 가볍게 대화 정도만 할까 했는데 민여주가 제법 깜찍한 생각들로 머리를 가득 채워서 괜히 놀리고 싶어졌다. 웃으며 다가가자 민여주는 계속 뒷걸음질 쳤다. 그러면 괜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결국 민여주는 침대에 막혀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나는 민여주의 얼굴을 하나하나 느릿하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까 또 느낌이 다르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이렇게 민여주를 본 적이 있었나. 민여주의 저 겁먹은 표정부터 모든 것 하나하나가 본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는 와중에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가이딩에 감질났다. 아, 이런 가이딩 좀 위험한데. 

"... 너 진짜 뭐야? 하루아침에 이렇게 재밌어져도 되는 건가?"

"그게 무슨...."

"근데 여주 누나, 내가 충고하나 하는데 이제 다른 애들이랑 붙어있지 마. 알겠지?"

재민은 민여주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 붙이곤 귓가에 속삭였다. 그걸 들은 민여주가 움찔하는 게 느껴질 정도로 매우 가까웠다. 아무리 봐도 다른 팀에게 들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차올랐다. 민여주의 바뀐 가이딩은… 달았다. 여주연과는 달랐다. 여주연의 가이딩은 굳이 말하면 따뜻했다. 따뜻해서 힐링이 되는 기분이랄까, 어디 날씨 좋은 곳에서 햇빛을 받는 그런 느낌. 그런데 민여주의 가이딩은... 위험했다. 너무 달아서 한 번 맛보면 중독될 것 같았다. 이렇게 은은하게만 받아도 이런데 제대로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재민의 머릿속엔 가득 찼다. 다른 사람은 몰랐으면 싶은데. 아, 이런 게 남들이 말하던 소유욕 그런 건가. 나재민 인생에서 이런 기분은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저...저기 지금 너무 가까운거 같..."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말에 뭔가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더 피할 곳도 없는데 피하겠다고 발악하다 제 품에 갇힌 모양이 된 민여주를 내려다보았다. 제 시선을 못 견디겠는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갓 샤워를 해서 그런가, 바디워시 향과 물기를 머금고 덜 마른 머리칼에서 나는 샴푸 향이 짙게 제 코를 자극했다. 그니까 지금부턴 민여주 탓이다. 자꾸 사람을 자극하는 행동만 하니까.

"여주야, 아니 누나. 난 참으려고 했는데 누나가 건드린 거예요."

"뭐…? 그게 무슨..."

의문문을 뱉던 민여주의 말은 그렇게 나재민의 입에 의해 삼켜졌다.


갑자기 의문스러운 말을 뱉은 나재민에게 반문하려 했으나 바로 삼켜졌다. 여주는 제 입을 막은 게 재민의 입술 이라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좀 소요됐다. 이 상황... 뭐지? 이런 급전개는 생각도 안 해봤다고! 재민은 여주가 딴생각한다는 걸 캐치했는지 한쪽 손으로 여주의 턱을 잡고선 몰아세우듯 입을 맞춰왔다. 여주는 그런 재민이 버거운지 흠칫 떨면서 재민의 팔뚝을 잡고 눈을 꾹 감았다. 자연스레 여주의 잎이 열리자 잠시의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재민의 혀가 밀고 들어왔다. 고작 키스 정도인데 자극이 너무 컸다. 재민은 여주가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되는 것처럼 집요하게 여주의 입 안을 헤집어놨다. 타액이 뒤섞이는 소리가 조용한 방에 울리자 기분이 오묘해졌다. 이게 지금 맞는 건가...? 나재민이 왜? 여주는 이 키스 덕에 얼마나 짙은 가이딩이 재민에게 전해지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옅은 신음만 흘렸다.

호흡이 가빠져 여주가 재민의 팔을 세게 잡았다. 재민은 그제야 입술을 떼어내곤 웃어 보였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이 꽤 야해 보였다. 여주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나, 재민 ..."

"누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하다."

"너 왜 이러는, 읍…."

그새를 못 참고 재민은 다시 입을 맞춰왔다. 나름 로맨스물 남자 주인공이다. 이건가 키스하나로 정신을 쏙 빼놓게 만들다니... 다만 직전의 입맞춤과는 다르게 느릿한 손길로 제 몸을 건드리는 게 느껴졌다. 턱을 잡던 손은 여주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그러곤 다시 입술을 떼어냈다. 전보다 짧은 입맞춤에 아쉬움이 느껴졌다면 미친 걸까. 재민은 여주의 이마, 코, 입술에 짧게 버드키스를 하고선 여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 누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주는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거 이래도 되는 거냐고... 난 민여주인데 여주연이 아니고. 여기 주인공은 내가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나재민이 이런 제 생각을 읽었는지 눈빛이 바뀌었다 방금까진 그저 나른하게 풀린 눈빛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나를 잡아먹을 듯 쳐다보고 있었다. 재민은 그대로 여주의 목덜미를 느릿하게 핥더니 약하게 이를 박아넣곤 잘근잘근 씹었다. 한 번도 못 느껴본 자극에 몸이 뻣뻣해졌다 근데 잠깐, 이거 안 되는데. 무슨 각인이라도 할 듯이 구는 나재민의 행동에 본능적으로 섬찟함을 느꼈다. 얘 일부러 이러는 건가? 나 겁먹으라고? 나재민은 그렇게 목에 제 흔적을 남기면서 자연스럽게 여주의 상의 안쪽으로 손을 넣어 여린 살결을 건드렸다. 진짜 이거 이대로 두면 좆될거 같은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눈을 질끈 감고 나재민 팔만 세게 쥐는 거밖엔 못 하고 있을 때,

"뭐 하는 거야 지금."

대뜸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재민은 하... 문을 잠가놓는 걸 잊었네. 하면서 상체를 일으켰고 잠긴 눈으로 뒤를 노려봤다. 여전히 품에 나를 가둔 채로. 곧이어 내 시선도 저 문 쪽을 향했다 순간 문 쪽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선 놀라서 나재민을 밀쳐버렸다. 사람이 급할 땐 초인적인 힘이 나온다더니.... 그렇게 밀쳐진 나재민은 헛웃음을 지으며 번들거리는 제 입술을 엄지로 쓸어 보였다.

"아... 팀장님이 여긴 왜 오셨을까. 평소엔 관심 없어서 들여다보지도 않으면서."

"....."

"아, 여주연이 가보라고 했구나? 민여주 걱정된다고."

그래, 저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예상외로 정재현이었다. 나도 왜 정재현이 온 건지 좀 의문스러웠는데 여주연이 시킨 거라면 뭐... 납득가능이다. 여주연은 진짜... 얘도 좀 호구인가? 날 왜 이렇게 챙기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재민과 정재현의 시선이 나한테로 꽂혔다. 이놈들 또 읽은 건가 내 생각 읽으니 재밌냐...? 근데 저 둘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침을 꼴깍 삼키고 그냥 조용히 바라봤다. 뭔 기 싸움하는 것처럼 쳐다봐... 난 잘못 없다니까... 계속 침묵이 이어지고 방 안의 공기는 무거워져 갔다 이거 계속 이러고 있을건가...? 슬슬 눈치가 보였다 분명 여긴 내 방인데 왜 내가 눈치를 봐야하는건지... 그러자 나재민이 웃으며 여주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지분거리며 쓸어주었다. 아무리 봐도 이런 행동의 텐션은 오해하기 딱 좋은 건데.

"누나, 사실 할 얘기가 많았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근데 뭐, 시간은 많으니까."

"어…. 어?"

나재민은 그렇게 생긋 웃어주곤 흐트러진 내 잠옷을 정리해주곤 방을 나갔다. 나가면서 정재현한테 뭐라고 작게 말한 거 같은데... 아무리봐도 좋은 말은 아니었던 건지 정재현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뭔 소릴 한 거야... 그냥 나랑만 안 엮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 방을 나가는 나재민을 지켜봤다. 근데... 정재현은 왜 저기서 그대로 서 있어? 왜 나를 빤히 보는 건데. 그것도 되게 거슬린다는 얼굴로.

"너,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거슬리게 하지 마."

와우. 정재현의 표정은 매우 솔직했다. 아니 근데 내가 뭔 잘못을 했지? 그냥 방에 들어와서 쉬고 싶었는데 냅다 덮친 건 나재민... 이런. 아까 그 일이 생각나자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정재현은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옅은 한숨을 쉬곤 내 방을 빠져나갔다. 아, 진짜 나, 이대로 괜찮은가? 아니 절대 괜찮을 리가 없지. 아무래도 이 팀을 나갈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여기에 계속 있으면 내 수명이 줄어들 것 같다. 어차피 이 팀에 나 좋아하는 사람도 없겠다 그냥 다른팀으로... 옮기는 것도 힘들겠구나. 센터 내에서 내 평판이 바닥인 걸 이제야 기억해냈다. 쓰읍.... 팀이 안 되면 솔직히 공공가이드도 괜찮은데, 어디에 안 묶이고 적당히 센티넬들 가이딩만 해주고 사는 거. 그래 좋아 민여주 팀 NCT 탈출 대작전 시작이다.   


몸이 아주 피로했던 건지 눈 감자마자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나름 푹 잔 거 같은데 왠지 모르게 몸이 찌뿌둥 했다. 정직한 스케줄표를 보니 오늘은 뭐 큰일은 없던 거 같다. 다만 가이드용 워치로 검사할 게 있으니 의료 병동 방문을 해달라는 메시지가 와있었으므로 씻고 느긋하게 의료 병동만 가면 될 듯했다.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비비면서 씻으려 화장실을 향하다 거실에 있던 김도영과 이동혁을 마주쳤다. 김도영은 웃으며 나에게 잘 잤냐고 물어봐 주었고 이동혁은 날 한번 야리더랬다. 이 팀은 아주 그냥 싸가지 집합소야. 

    

"야, 너 그...."

"뭐야 왜 말을 제대로 못 해?"

이동혁이 대뜸 나를 가리키며 뭔갈 말하려 했는데 자꾸 머뭇거렸다. 쟤 왜 저래? 그런 이동혁에 김도영도 나를 다시 쳐다보더니 눈이 커지는 것이다. 뭐야... 뭐... 아 씨발.....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김도영이 다가오려는 낌새가 보이자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가 목덜미를 확인했다. 

"꺄아아아아악-!!!!!!"

그래 어제 나재민이 물고 빨고 난리 쳤던 흔적이 목덜미에 남아있었다. 미친놈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다 이 난리를 쳐놨다. 진짜 자고 일어나니까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무방비하게 다 보여줬던 거잖아 지금... 나는 빠르게 씻고 난 뒤 목덜미를 잡고선 화장실을 나섰다. 그래 나선 거까진 좋았는데 저기 있는 김도영이랑 이동혁 얼굴을 어떻게 보냐고... 내 잘못도 아닌데 쪽팔리는 건 다 내 몫이고….

"여주야 괜찮아? 갑자기 소리 질러서 놀랐잖아."

이 와중에 김도영은 왜 다정하고 난리야 눈물나게... 하 진짜 김도영만 보면 이 팀에 남고 싶지만, 아니 전혀 안 될 말이다.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 난 여기 계속있으면... 좆된다.

"...아니 그게..."

김도영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내 목덜미를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도영의 손길 한 번에 내 목에 남아있던 흔적들이 싹 사라졌다. 나 이런 거에 약한데... 이 다정이 꽉꽉 뭉쳐 사람이 된 듯한 이 남성... 현실에서 만났으면 대뜸 청혼했을지도 모른다.

"감...감사합니다."

"여주야, 왜..."

"야, 조심 좀 해. 적어도 귀찮게는 하지 말아야지."

얼씨구 이동혁 저놈은 자기가 한 게 뭐 있다고 난리야 난리는? 아무튼 초코푸들 같이 생겨서 귀여운 맛이 없어 진짜 팀 탈주 마렵다... 그나저나 김도영이 뭐라고 말하려던 거 같았는데... 그치만 당장 지금은 이동혁의 말에 뭐라 반박이라도 하고 싶었다.

"어, 그래, 어차피 나도 최대한 너희 안 귀찮게 할 거거든? 그리고 나도 어차피 이 팀에..."

"이 팀에, 뭐?"

와 진짜 오늘 되는 일 없다. 아니 내가 여기 떨어진 이상 무난한 하루하루를 보내긴 글렀다.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나재민이 벽에 기대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진짜 저 사람을 꿰뚫어 볼듯한 눈빛이 무섭다. 적응도 안 되고. 심지어 능력을 쓴 건지 안 쓴 건지 티도 안 나서 예측도 안 되고.

"아, 아니 이제 이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뭐 그런..."

"그래? 그렇담 다행이고, 그나저나… 깨끗해졌네, 도영이 형이 치료해줬나 봐?"

나재민은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자연스럽게 내 목덜미 쪽으로 손을 뻗더니 느릿하게 흔적이 남아있었던 곳을 쓸어 보였다. 그 손길에 몸을 흠칫 떨었다. 여기서 제일 위험한 놈은 나재민 같다. 괜히 또라이 투탑이 아니었던 거지….

"아깝다, 일부러 보이게 남겼던 건데."

미친놈이 폭탄 발언을 계속 쏟아낸다. 나는 눈을 데굴 굴려 김도영과 이동혁을 바라보았다. 진짜 둘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이동혁은 나재민을 진짜 미친놈 보듯이 입 벌리며 쳐다보았고, 김도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와 나재민을 쳐다보았다. 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데 나재민 저거 왜 저러는 거지?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나재민을 쳐다보았으나 재민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진짜 미친놈, 내 생각 읽어놓고 저러는게 분명했다. 그러다 나재민이 내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더니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속삭였다.

"누나, 근데 가이딩 조절 연습 다시 해야겠다. 이런 것도 잊어버린 거야?"

"뭐....? 야 그게 무슨,"

"도움 필요하면 말해, 도와줄게. 알겠지?"

그러곤 나재민은 다시 제 방으로 갔다. 하... 민여주 인생에서 이렇게 나보다 어린애한테 휘둘리는 날이 오는구나... 뭔가 현타가 와서 한숨을 푹 쉬니 김도영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괜찮은 거 맞지? 어제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재민이가 워낙 튀는 애라..."

"으응, 뭐 괜찮아요. 따지고 보면 별일 아니기도 하고... 맞다 저 빨리 의료 병동 가봐야 해서요 그럼!"

나는 후다닥 옷 갈아입으러 방으로 향했다. 김도영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이동혁의 어이없다는 눈빛을 동시에 받으면서.


"영호쌤!!! 왜 이리 반가운지 모르겠어요!"

그렇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찾아온 해방감에 신나게 왔더니 순식간에 의료 병동에 도착했고 서영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이 센터 내에서 편한 사람이 있다면 영호쌤이기에 더 하이텐션이 돼서 인사를 건넸다. 영호쌤은 생긋 웃으며 차트를 들고선 인사를 받아줬다.

"아, 민여주 가이드, 오늘은 다른 게 아니고 등급 검사를 다시 해보려고 하거든요. 확실하진 않은데 가이딩 파장이 묘하게 바뀌어서요."

"...네? 갑자기요?"

"네, 이런 경우가 워낙 희귀한 경우라... 제대로 검사해보는 게 맞을 거 같아서요."

서영호는 나를 이끌고 검사실로 갔다. 검사기구 앞에 있는 의자에 앉자 서영호는 내 팔에 이것저것 장치들을 달기 시작했다. 와우 내가 전생(이때쯤 나는 원래 세계를 그냥 전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에서도 이런 식으로 주렁주렁 달고 뭘 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신기하게 보자 서영호가 가이드 등급 검사 하면서 겸사겸사 다른 검사도 하려고 하는 거라 했다. 뭐 건강 챙기는 건 좋은 거니까!

"자 이제 이 등급 검사기에 손을 대고 가이딩을 흘려보내 보세요.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아...네에...."

근데 딱 하나 문제인 건 내가 가이딩하는 법을 모른다는 거다. 으음 일단 글로 배운 가이딩은 이렇게 내 신체에서 기운을 흘려보내는 느낌으로... 하면 될 거 같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일단 심호흡을 하고선 검사 기계에 내 기운을 흘려보낸다는 느낌으로 집중해보았다. 여기서 성공하면 난 그냥 타고난 천재인 거지 후후.

그리고 내가 한 방식이 맞는 건지 기계가 삐삐 소리를 내면서 등급 측정을 하기 시작했다, 검사 기계 모니터는 서영호 방향으로 있어서 내가 뭔갈 확인하기는 시야 상 어려웠다. 근데 어째 서영호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는데, 뭔가 잘못된 건가, 설마 등급이 더 떨어진 건 아니겠지? 아냐 떨어지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등급이 떨어지면 일단 팀 NCT에 남아있을 이유가 사라지는 거니까. 내가 머리 굴릴 필요가 없잖아. 오 신이시여 제발 저를 도와주소서.

"좋아요, 등급 재측정 끝났어요. 검사 결과 전부 나오려면 한 10분 걸릴 거 같은데 나가서 잠깐 기다릴래요?"

"네에-"

검사실을 나가니 대기할 수 있는 소파가 있었다. 소파에 냅다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진짜 내가 이 팀을 나가려면 뭔 짓을 해야 할까. 아니 근데 머리 굴릴 거 없이 팀 나가고 싶다고 하면 센터에서도 환영하지 않을까...? 심지어 공용가이드를 지망합니다! 하면 더 좋아할 거 같은데. 사실 지금 검사 결과 받고 나서도 숙소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정재현 이동혁 시선 정도는 그냥 커버칠 수 있는데 나재민과 김정우, 그리고 이제노의 시선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한 놈은 웃으면서 제 속을 숨기고 있고 다른 한 놈도 한 또라이 해서 예측이 불가능하고 다른 한 놈은 나를 뭐 사람 취급도 안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니... 아무리봐도 내가 나가면 다 해결될 일이잖아 그치? 뭔가 쉬울 듯한데 말처럼 쉽게 진행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머리가 아파졌다. 머리 싸매면서 고민하던 중에 벌써 10분이 지났는지 서영호가 차트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오래 기다렸죠? 음.. 이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이드 등급 변동이 생겼네요."

"네? 등급 변동이요? 설마 등급이 떨어졌다거나...?"

"아, 아뇨 떨어진 게 아니고 오히려 올랐어요. 2단계나."

.

.

.

.

"네? 거짓말이라고 해주세요... 제발."

신은 나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구나. 난 절망에 빠진 얼굴로 서영호 얼굴을 쳐다봤다. 아니 떨어져도 모자랄 판에 갑자기 등급이 왜 올라? 이게 가능한 일인가? 왜? 와이? 민여주 팀 NCT 탈출 프로젝트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듯했다. 서영호 손을 잡고, 거짓말이죠? 네? 이러니 서영호가 당황한듯했다. 아무래도... 등급 오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아니 근데 저는 팀을 나가야 한다니까요?

"이게 진짜 희귀한 경우라... 정확하진 않은데 원래 능력이 본래 등급보다 잠겨있었던 거 같아요. 모종의 이유로 잠겨진 능력이 풀린 듯한데..."

"선생님 이런 경우 센터 보고는 당연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팀원들한테 숨길 순 없나요?"

"예? 등급이 오른 건 좋은 일인데 왜 굳이..."

"선생님 제발요 팀원한테만 비밀로 해주세요. 잠깐만이라도... 저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A등급이 SS 등급이 됐다? 저도 지금 너무 놀라서 정리가 안 되는걸요..."

"으음... 어차피 센터에 보고해도 이게 너무 희귀한 경우라 아마 재검사가 이뤄질 거예요 그때까진 숨길 순 있지만... 어차피..."

"그러면 됐어요! 쌤 믿을게요. 저와 쌤만의 비밀이에요 알겠죠? 약속!"

서영호는 민여주의 반응에 매우 놀랐다. 원래 성격이면 등급이 올랐다며 엄청 좋아했을텐데... 뭐 본인이 숨기길 원한다니 잠깐이라도 들어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민여주 부탁에 응하긴했는데... 민여주는 내 뒷말은 들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어차피 센티넬이면 다 느낄 텐데. 가이딩이 바뀌었다고. 뭐, 이걸 지금 말할 필욘 없겠지.

민여주가 서영호 팔을 잡고 마치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부탁하고 대답을 듣곤 활짝 웃어 보이는 다양한 표정 변화를 보이는 동안 그 둘은 몰랐을 거다. 그 장면을 누군가 보고 있다는걸. 그것도 매우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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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짤을 제외한 포타에 사용된 표지, 로고, 이미지등은 직접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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