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혼 드림 작업물

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Commission by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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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스기 신스케. 살면서 망설임이란 가져본 적 없는 사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고, 저지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저지른다. 그것이, 고고한 도련님이 살아 온 세월이자 그의 삶이나 다름없음을. 학당을 다니는 아주 어린 아이였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양이전쟁 때도 분명했으며, 귀병대의 총독으로 남아 과격파 양이지사로 사는. 그리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사내가 지금, 망설이고 있다. 무엇을? 이시가미 린을 만나러 가는 것을.

 

점술집의 앞까지 오는 것은 성공했다. 나무판자로 된 문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짙은 숲 내음을 품은 눈동자 하나가 있었다. 한쪽 눈은 예전에 잃어버린 지 오래. 허연 붕대로 대강 감아낸 왼쪽 눈가에 손 한 번 댄 적 없다. 지금 중요한 건 옛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시가미 린을 무슨 용건으로. 어떻게. 만나러 가는지가. 타카스기 신스케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타카스기 신스케에게, 이시가미 린은. 적어도, 잃고 싶지 않은 존재임은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제안하지 않았던가, 귀병대로 들어오라고. 양이전쟁이 끝나고 나서, 제품에 속하라고. 전하지 않았던가. 그것을 거절한 것은 린이다. 그러니, 적어도 저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후회하고 있는 건은 저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어째서인지 저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다. 이시가미 린을, 만나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 사내가 무언가를 망설인 적이 있었던가?

 

“문 앞까지 와 놓고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

 

“……허.”

 

 

 

문 안쪽에서 익숙하되 들어본 지 오래된 마냥 느껴지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기척을 느껴서가 아니라, 손님이 왔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린 무녀의 힘이리라. 그것을 눈치챈 사내는 헛웃음을 흘렸다. 망설일 틈도 주지 않는군, 린. 타카스기 신스케, 그 사내. 문 손잡이를 잡는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깊게 감았다 뜬 눈이 내부를 향하고, 돌아오는 것은 어서 와라, 하는 인사말. 감긴 눈의 주인장. 그리고 달음박질 뛰는 소리와, 돌아오는 것은……

 

 

 

굳게 쥐어진 주먹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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