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기록

바다 밑바닥에서

익명함 리퀘 글

-인게임 배경 음악 관련 날조 설정 있음.

-필드 브금은 초월힘 때문에 들리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만 뭘 듣는지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일전에 납득가는 가설을 얘기한 트윗을 보았으므로 관련 링크를 붙여둡니다. : https://fusetter.com/tw/yjEptbWt#all

빛의 전사는 바다 밑바닥에서만 나는 물품을 거래하기 위해 온도 바다웅덩이를 찾았다. 템페스트의 풍경은 늘 그랬던 것처럼 어둡고 쓸쓸했다. 들쑥날쑥한 단층과 높이 솟은 바위기둥, 느닷없이 푹 꺼지는 협곡들을 보노라면 여기가 본래 바다 밑바닥이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아가미 없는 존재로서 이만한 깊이에 발을 디딘 건 자신이 최초이리라고, 빛의 전사는 생각했다. 오랜만에 모험가의 본분을 다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땅에 흐르는 소리….

초월하는 힘이 깃든 뒤부터 빛의 전사는 이따금 정체 모를 음악 소리를 듣고는 했다. 새로운 지역에 발을 디딘 직후에는 반드시 들을 수 있었다. 환청은 아니었다. 이전에 접한 적 없는 악기 소리나 생소한 분위기의 악곡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으므로. 혈맹의 현인들, 특히 쿠루루와 상의한 결과 초월하는 힘의 일종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나왔다. 대체 특정 지역의 무엇에 ‘초월해서 닿은’ 결과가 음악으로 나타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템페스트의 소리는 물결이 퍼져나가듯이 시작되었다. 해수의 흐름과도 같이, 앞서 지나간 오르간의 곡조가 길게 여운을 끌며 이어졌다. 그 위를 분명하고 가볍게 누르는 건반 소리에서는 바다 밑바닥의 거주자들을 연상할 수 있었다. 미묘한 애수와 아련함이 뒤섞인 건 아마 온도 바다웅덩이의 한참 남쪽, 깊은 협곡 너머에 자리 잡은 환영 도시 탓이리라.

사하긴들이 물갈퀴 달린 발을 뒤뚱거리며 거주지를 돌아다녔다. 빛의 전사는 바닷물이 말랐기 때문에 템페스트가 쓸쓸하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고래가 내뱉고 간 공기 방울이 사라지고, 원래대로 물이 차오르면 사하긴들은 다시 날렵하게 바다를 누빌 터였다. 깊은 물 속이니 어둡기는 여전히 어둡겠지만. 그때쯤이면 템페스트 땅에는 어떤 소리가 흐르게 될까? 빛의 전사는 궁금해졌다. 들으러 올 순 없을 것이다. 수압을 견디지 못할 테니까. 빛의 전사는 바다 밑바닥의 선율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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