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조각글

천사는 포기하지 않아

후드둑, 창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내 마음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서둘러 그녀에게 가려던 것을 멈추고는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자, 어느새 그 비는 나의 마음에도 촉촉하게 내려 여유 있고 설레는 감성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 여보세요..? "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목소리 너머 내가 있는 곳과 동일한 빗소리가 들려오면 마치,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 ..오늘 잘 지냈어요? "

" 음... 그럭저럭? "

어색한 대화를 주고받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잔뜩 머금고 기쁜 듯 살랑살랑 춤을 추는 장미꽃 위로 시선이 닿았다.

" 당신, 비를 닮은 거 알아요? "

" ..네? "

" 비가 내리면.., 세상이 더 맑아 보이죠. 울적한 날에는 대신 울어주기도 하고요. 뜨거워진 대지를 가벼운 터치로 두드려 위로해 주면서 새 생명이 돋아나거나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게 해 줘요. 마치, 천사가 정성껏 돌봐주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이라는 천사는 포기하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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