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자캐)

후회하지 않아

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오늘..난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람과 헤어졌다. 그는 울면서 나에게 물었다.

“후회안해..? 난 아직도 널 사랑해..”

“응..후회하지 않아.”

그는 더이상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서 한발짝, 한발짝 멀어져갔다. 그가 안보일때까지. 그가 안보이자 그 사람은 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봤지만 울었다. 후회하지 않아..아니 사실 후회해.. 후회하지 않아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나도 널 아직 사랑해. 하지만..하지만..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도 헤어져야해. 나도 무슨생각인지 모르겠어.. 아니.. 너한테 짐을 맡기고 싶지않아.

그는 한참동안 울었다. 어느정도 지났을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으로 곧장 갔다. 익숙하게 간호사와 인사를 하고 이 현이라 써있는 병실로 들어간다. 어쩔수 없었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이거뿐이었다. 재발 가능성도 높았고, 생존가능성은 낮았으니까. 그가 그와 헤어진 이유이기도 했다. 이 현은 하루하루 병실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그에게 아픈 기억을 주고 싶지않아서.

“응? 무슨 편지지?”

집에 들어가다가 우편함에 편지가 있는것을 보고 들고 올라온다. 편지에 발신자의 이름은..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었다. ‘-이 현‘ 그는 1년전 자신의 애인이었던 사람이었다. 그가 헤어지자 말해 헤어졌다. 잡을수 없었다. 그는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소파에 앉아, 편지를 뜯는다.

백선호에게

안녕? 선호야. 오랜만이야. 이 편지를 읽을때쯤이면..나를 잊었겠지? 괜찮아. 그럴수 있어. 그러라고 헤어진거였어. 무슨말을 써야할지 모르겠어. 내가 말하고 싶은말을 적을게. 선호야 고등학교때 나한테 고백해줘서 고마워. 넌 둘도 없는 행운이자 친구이자 남친이었어. 너 덕분에 그때까지 잘 살아있었어. 너와 함께한 추억들이 너무나 많아서 여기에 다 적기 어려워. 그중..적으라고 하면 난.. 이 추억을 여기에 담을래. 첫데이트. 그날 기억나? 난 첫연애에 노는 방법 하나도 모르는 아이였지. 그래서 그날도 학교 교복에 잠바만 입고 나갔지. 반대로 넌 되게 꾸몄고. 누가보면 나 데이트 하러 왔어요 라고 말하는것 같았어. 그런 너를 멀리서 보자 난..너에게 갈수가 없었어. 너무나 볼폼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 하지만 너에게 갔을때 너는 오히려 나에게 귀엽다며, 예쁘다며 재밌게 놀아보자고 했어. 정말..고마웠어. 나에게 그랬던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날 넌 이곳저곳 데려가주고 그런곳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고. 너무..너무…고마웠어. 늘 친절하게 대해줘서 너무..고마워..이런말밖에 못해서 미안해. 그날 기억나? 내가 헤어지자 한날 말이야. 넌..나에게 물었지? 후회 안해? 라고 말이야.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아 라고 말했지. 사실..후회하지 않아라고 말하면 거짓말이야. 후회해. 너무나도 후회해. 너가 하자는 거 다할껄, 너가 가고싶은데 같이 갈껄.. 해외여행도 가볼껄.. 모든게 후회돼. 항상 힘들다고, 졸리다고 말하면 넌 그럼 나중에 가자. 라고만.. 너무 후회해.. 사실..췌장암 말기래. 나도 그때 알았어. 이 사실을 말하면 넌..나를 어떻게든 케어할려고 했겠지? 하지만..그런 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 너에게 짐이 되기 싫었어. 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헤어졌어야 했어. 울지마. 더이상 쓸말도 없어. 나를 찾지마. 이미 죽었을테니까. 선호야. 고맙고 사랑해. 다음생이 있다면 내가 너를 찾아갈께. 사랑했어..선호야.

-이 현

울었다. 편지지에는 물자국이 생겼다. 선호는 울었다. 뭐라 말할수 없는 감정이 복받쳤다. 선호는 울고, 울고, 울었다.

“나도..나도 사랑해..현아. 보고싶어..보고싶어..”

-fin-

작가의 횡설수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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