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녹아내린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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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변치 않는 것들이 있다. 동쪽에서 뜨는 해, 얼어붙는 북녘과 그늘진 서쪽, 남으로 부는 바람 따위의 것들. 예컨대 너무나도 익숙한 자연의 법칙, 또는 불변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존재들. 여기 한 사수가 믿는 그 ‘불변’을 살펴보자. 명제는 간단하다: 인간은 믿을 수 없다. 인간은 언젠가 배신한다. 인간은 자신을
내가 그 오래된 벽돌 학교에 있었을 때 가르침받은 말이 하나 있다. ‘한 번의 반짝임으로는 목표를 잃고, 두 번의 반짝임으로는 은신처를 잃고, 세 번의 반짝임으로는 목숨을 잃는다.’ 저격수의 반사광에 대한 이야기다. 조준경을 사용하는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었던, 그러니까 필연적인 살인의 예고. 제아무리 눈덩이를 문 채 숨을 가리고 이파리를 덮어 몸을 숨
(뒤나미스—바라고 소망하는 마음만이 힘이 되는 공간, 그 어딘가. 군데군데 불탄 편지가 바닥에 놓인 채다.) (편지는 정갈한 필기체로 쓰여 있다. 그의 글씨를 본 적 있는 자라면 익숙할 것이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레비에게, 이 편지를 읽을 때면 나는 이미 제국을 떠난 뒤겠지.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네게 미리
갈레말드의 바람은 차갑다. 단순히 그것의 기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푸르게 얼어붙은 땅에서 내달리는 바람은 맞닿는 이를 할퀴는 냉기가 있었다. 물비늘은 뺨을 벨 듯 휘몰아치는 바람을 느꼈다. 어둡게 내려앉은 밤의 그림자 사이로 눈발이 북풍을 탄 채 내달렸다. ‘재해’가 가져온 것도, ‘종말’이 가져온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암전. 삶과 죽음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