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 불가

세상에는 변치 않는 것들이 있다.


동쪽에서 뜨는 해, 얼어붙는 북녘과 그늘진 서쪽, 남으로 부는 바람 따위의 것들. 예컨대 너무나도 익숙한 자연의 법칙, 또는 불변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존재들.


여기 한 사수가 믿는 그 ‘불변’을 살펴보자. 명제는 간단하다: 인간은 믿을 수 없다. 인간은 언젠가 배신한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모든 행동은 선택과 대가를 필요로 한다.


진릿값을 따진다: 참, 참, 참, 그리고 참. 38 년의 인생을 통해 도출된 결과. 변수는 있을 수 있으나, 9할 이상의 인간은 앞서 제시한 명제에 수렴함.


그러므로 셰이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에게도 아끼는 존재가 있다. 곁에 없거든 걱정되는 동료, 손에 익은 낡은 총, 그리고 가족, 그래, 가족—그는 당신과 당신이 보호하는 자그마한 소녀를 응시했다.


그는 의문한다. 온기에 의미가 있는가. 선행은 가치를 동반하는가. 내밀어진 구원에 만족하는 자 어디에 있으며, 변질되지 않는 유대를 찾을 수 있는가.


진릿값을 따진다: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그리고 알 수 없음. 최근 당신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 도출된 결과. 변수가 다수 발생하였으며, 표본의 수가 더없이 부족함.


곁에 없거든 걱정되는 동료는 한 존재로 서 그를 바라본다. 한때 그의 손에 쥐였던 낡은 총은 흔들림 없이 그를 겨눈다. 그렇다면 아이는, 그리고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떻게 변모할까. 어떻게 나아갈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이미 살기 위해 피붙이를 죽인 자였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거짓을 입에 담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구태여 진실을 말할 필요 또한 없었다. 속으로 삼킨 말이 있다.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싫지는 않았다는 인사를, 어쩌면 내내 하고 싶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동시에 직감하는 게 있다. 나는 과거의 잔재, 녹슬어 부러지는 철과 같다. 쇠의 붉은 옷을 벗기는 방법은 스스로를 깎아내는 것밖에 없어 나는 변화가 두려웠다.


구하러 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어. 변덕도 아니었지. 겉치레도, 거짓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너는 나를 떠나는 게 옳다.


가, 플라우티아. 너를 붙들지 않는 세상으로. 더 구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그러니 떠나라. 그게 싫다면 쏴.”


멀리, 더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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