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셀레나
잠시 시선을 빼앗기는 탓에 예상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셔우드는 목표 시간과 엇비슷한 때에 홈을 다 파내고야 말았다. 이제 톱밥이 날릴 작업은 더 없으니 그는 드디어 창가를 떠나 탁자 곁에 앉았고, 주문서 더미와 누워있는 도장 뒤편에 놓인 광택제와 병에 꽂힌 납작하고 넓은 붓을 집어 들었다. 닳디 닳은 손잡이와 한모에 스며든 광택제가 유독 반들거렸다. 반들
“그 정도는 좀 도와주셨어야죠. 그걸 그냥 모른 척하고 도망치셨다고요?” 도망쳤다기보다는 피했다는 말이 맞겠구나, 쉘비. 주문서를 정리하던 모르가나가 ‘그러고도 보호자냐’며 불만을 표했지만, 셔우드는 그렇게 대꾸한 채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도톰한 나무판을 둥그스름한 팔각형으로 다듬는 데에만 집중했다. 귤색 머리카락에 가려지지 않은 왼쪽 눈은
평범한 총의 외양만 따온 것이라 내부에서 탄환이 쏘아지는 것이 아닌데도. 저런 모양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던 것은 오로지 저 자세를 위해서일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아직 열일곱 살이라 공식적인 작전에서 제대로 된 총기를 다룰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던 것 같기도 하고. 방아쇠 대신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 집게손가락을 대고, 한쪽 눈을 감고, 반대쪽
말재간이 없었던 탓일까, 아는 한도 내에서 말해줄 만한 부분을 어찌어찌 추려내는 중이었던 탓일까. 셔우드는 검은 꽁지머리의 끈질긴 요청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검은 머리는 제풀에 지쳐 먼저 떨어져 나갔다.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성격 뻔히 다 알면서도 캐물어 본 제 잘못이지. 대답하기 싫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신부 측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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