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1284
이유 없는 소고기는 없다 했던가, 이정환은 그윽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무시하고 테이블 위의 스테이크를 바라봤다. 몇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지금 너무 힘들다며 꾸역꾸역 불러낸 곳이 유명한 파인 다이닝 식당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대로 가버렸어야 했는데…정환은 그동안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자신이 살 테니 부담 없이 먹으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 토요일 오전 10시 35분. 직장인도 학생들도 한참 단꿈을 꾸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건 커다란 소년에게도 예외는 아닌지라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옆에 잡히는 따뜻하고 단단한 베개를 끌어안았는데… 순간 침대에 이런 베개가 있던가? 하고 소년이 고민했다. 베개가 자신을 마주 안아오고서야 그는 그런 게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사춘기 소년의
나는 바보같이 굴었다. 우리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도 나였고 우리 관계를 정정한 것도 나였다. 먼저 떠난 것도 나였다. 정환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비행기 안에서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봤다. 그때 이 관계의 끝이 내 탓만은 아니라고 여겼다. 이륙하는 비행기 창으로 땅이 보였다. 내가 있던 땅과 네가 있을 땅이 그렇게 멀어졌다.
대협정환 썰
포스트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