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ick
깊은 잠에서 설핏 정신이 든 게롤트는 간만의 여유에 옆자리의 온기를 품고 다시 잠을 청하고자 손을 뻗었으나 이미 식어버린 이부자리만이 그를 반겨주었다. 옆자리를 몇차례 더듬던 그는 크게 숨을 들이켜며 부스스 눈을 떠 비어있는 옆자리를 확인하고서야 상체를 일으켰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상의를 꿰어입었다. 침실 한쪽에서 밤새 타오르던 난로도 이젠 잔불
짐을 풀어놓고 검과 갑옷을 손질하던 게롤트는 맞은 편에 앉아서 마찬가지로 검을 손질하던 지귀의 손을 빤히 바라보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자신의 손은 꽤 큰편이었고 무거운 검을 들고 전투를 해온 세월만큼이나 부상과 회복을 반복하며 변형이 된데다 흉터와 굳은살이 박혀있었고 자신이 느끼기에도 상당히 뻐덕뻐덕한 피부였다. 잠시동안 그렇게 자신의 양 손을 앞
오전부터 구름이 잔뜩 껴 흐렸던 하늘은 정오 쯤 되니 비라도 한바탕 퍼부을 참인지 바람과 함께 짙은 회색으로 물들었다. 전날 노상에서 밤을 보낸 게롤트와 지귀는 비가 쏟아지기 전에 마을에 당도하기 위해 빠르게 말을 몰았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물 비린내에 게롤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색으로 물든 하늘은 빛 한점 들지 않았고 바람은 더 거세게 둘을 훑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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