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스러기
*** 톡. 토옥. 꽃이 송이채로 떨어진다. 탐스럽게 핀 꽃의 모가지를 날선 가위로 꺾어내는 것이, 어쩐지 잔혹하게도 느껴진다. 청윤의 시종, 지엽은 떨어지는 꽃들을 바라보았다. 꽃이 떨어질 때마다 고개를 까딱이는 것이 모이를 쪼는 닭을 보는 듯한지라. 청윤은 픽 웃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묻는다. “정신 사납게 어찌 그러고 있느냐?” “마마. 그건
*** 창백한 동화의 얼굴을 본 청윤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태의를 부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지금 상태로는 탕약을 가져다주어도 마시지 않을 성싶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폐하와 주 상궁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디부터?” “…….” “처음부터라는 얘기네.” 못마땅하다는 말투에도 청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대단하네.
*** 인평 즉위년 태종과 왕후의 장녀로 태어난 영락榮絡 공주가 임금으로 책봉되다. 임금이 연호를 인평仁平으로 건원*하다. 인평 원년 임금이 자기를 호위하라는 명목으로 궁에 사내 열 명을 무객武客으로 들이다. 태학사 강 씨, 임금이 방종하여 나라를 망치려 든다는 망발을 하여 그 자리에서 참수당하다. 인평 이 년 대신들이 임금 춘추 어리시니 학문의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