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스러기
*** 톡. 토옥. 꽃이 송이채로 떨어진다. 탐스럽게 핀 꽃의 모가지를 날선 가위로 꺾어내는 것이, 어쩐지 잔혹하게도 느껴진다. 청윤의 시종, 지엽은 떨어지는 꽃들을 바라보았다. 꽃이 떨어질 때마다 고개를 까딱이는 것이 모이를 쪼는 닭을 보는 듯한지라. 청윤은 픽 웃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묻는다. “정신 사납게 어찌 그러고 있느냐?” “마마. 그건
* 높은 하늘에 조각조각, 한가로이 떠가는 구름. 여유롭게 불어오는 바람과 한들거리는 갈대숲. 그 사이에 몸을 숨긴 어린 해주가 무에 그리 즐거운지 제 입을 막고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었다. 멀리서 갈대를 헤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야, 너 어디 있어?” 바다. 해주가 소년에게 알려준 이름이었다. 제 이름을 묻는 소년에게 해주는 장난스럽게
암실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성이 벽 등에 불을 밝히자 비로소 두 사람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였다. 설기와 애심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손과 발이 묶여있었다. 소반 위에는 물 주전자와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음식들이 조금 남아있고, 특이한 점이 있다면 벽에 걸린 향로였다. 지성은 두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기운 없이 처져있던
일은 순식간에 끝났다. 무너져 내린 것은 물론 지성이 아닌 복면남 둘이었다. 심지어 지성은 검을 뽑지도 않았다. 그는 뒷짐을 지고, 바닥에 구르는 두 사내의 가슴 위로 발을 얹었다. 그의 도포 자락이 바람에 날렸다. “보아라. 너희 주인은 이렇게 실속 없는 너희들을 부리니 참으로 가엾게 되었다. 일개 서생인 내게도 당해내질 못하는구나.” 쯧쯧. 혀를 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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