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희애
그런 일이 종종 있기는 했다. 눈을 감았다 뜨면 학교에 앉아있었다.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벚꽃,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낭만에 가득 찬 청춘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성적표나 시험이 삶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나마 낭만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날 나올 점심 식단 정도였는데, 그렇다고 이 삶이 특출나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대한민국에서
난 어려서부터 삶이라는 게 어려웠다. 누구나 죽고 싶지 않아 살아가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나 삶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걸까? 글쎄, 그것도 아닐 것 같았다. 얼마 전 멀리 떠나간 이의 편지엔 그런 내용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직감했다. 누구나 이렇게 살아가는가보다. 희망적이지도 않고 절망적이지 않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