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새벽에 한 번쯤 깨는 일이 줄어들었다. 달에 두어번은 꾸던 악몽은 온데간데 없이 무사히 한달이 지났다. 부스스 일어나 벽에 걸린 시계를 가늘게 뜬 눈으로 확인한다. 일찍 잠드니 일어나는 시간도 점점 일러진다. 오전 8시 10분을 방금 막 지난 시곗바늘을 시야에 담고 나면 방 안에 만연한 고소한 크림 스튜의 향기가 마른 코끝에 감돈다. 천천히 침대
주인 없는 꽃다발을 샀다. 가끔 그런 날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요근래 종종. 두려움 위로 덮힌 외로움의 살갗을 꽃으로 덮는 일이 종종 생겼다. 상처가 난 곳을 새살이 덮으며 올라오는 것으로는 차마 세상의 따가운 것들을 전부 막아낼수는 없으니. 꽃들을 집에 잠시 손님으로 들였다가, 다시 땅에 심을 수 있으면 라벤더 안식처의 작은 텃밭에 심
“그러니 말해줘, 영원히…” 제 마음에 머물렀던 것 중에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을 모두 잃었기에, OO는 영원을 믿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모든 것들은 순간과 찰나에 지나지 않아 손끝을 휘감고, 마음을 어지럽히고는 떠나기 마련이었다. 음유시인은 그러한 것들을 붙잡아 기나긴 영원 중 찰나를 따와 이야기로 만들기도 하고, 찰나를 영원히 남게 노래로 만들기도
귀에 스치는 것은 무엇이었지? 사랑한다는 말이었나, 아니면 바람 소리였던가? 따스히 비추는 무언가가 오늘도 나를 내리쬔다. 이 주째 같은 꿈이었다. OO는 슬슬 이 황금색의 친절함이 진절머리 났다. 보란 듯이 재현된 고향의 어떤 기억. 그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찬란히 부서진 햇빛을 받으며 OO는 어딘가에 누워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어떤 손길이 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