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것들

영원

「명사」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함.

“그러니 말해줘, 영원히…”

제 마음에 머물렀던 것 중에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을 모두 잃었기에, OO는 영원을 믿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모든 것들은 순간과 찰나에 지나지 않아 손끝을 휘감고, 마음을 어지럽히고는 떠나기 마련이었다. 음유시인은 그러한 것들을 붙잡아 기나긴 영원 중 찰나를 따와 이야기로 만들기도 하고, 찰나를 영원히 남게 노래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것들은 박제하는 것과도 같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자신 역시 박제됨을 꿈꾸는 박제사는 손가락질 받을까. 그 두려움을 감내하고도, 남의 마음에 어떤 존재로 자리함을 확인받는 것은 늘 행복한 일이었기에. ‘니뮤렌 리다프카’는 다른 이의 기억에 박제되는 것을 택했다.

누군가에게 남고자 한다면 아름다운 것으로 남고 싶어서, 그는 자신을 치장하고 외형을 가꾸기로 했다. 사람의 시선을 이끌고, 뇌리에 순간적으로 콱 박히게 하는 제일 원초적이자 원시적인 방법. 10년이 지난 오늘도, 음유시인은 바깥을 나서기 전에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 맑은 얼굴과 붉은 눈 화장, 아무도 모르는 무뚝뚝한 낯.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면 그 무심함마저 완벽한 미소로 바뀌었다. 치졸하게도 본인은 영원함을 믿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찰나를 이어 영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귓가로 흘러 들어오는 빗줄기의 재촉 소리에, 니뮤렌의 시선은 창가로 향했다. 창 너머로는 봄꽃을 안고 땅으로 떨어질 봄비가 부단히도 내렸다. 오후 3시를 넘겼을 무렵, 음유시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문으로 향했다. 이런 날이면 항상 가지고 다니는 하얀 레이스가 달린 우산을 집어 들고,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장갑 너머로도 한기가 스민 금속이 느껴진다.

무엇이 두렵나는 어느 날의 어딘가에서 들었던 질문이 문득 마음속에서 피어났다. 문고리를 잡은 손에 조심스레 힘이 들어갔다. 달칵, 그것을 잡고 내린 뒤 문을 끌어당기면,

“…잊혀지는 것.”

이기적인 마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와 흩어졌다. 그러니 그것 또한 영원이 아닌 찰나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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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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