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것들
무제 1
편린 by 관찰 마법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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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새벽에 한 번쯤 깨는 일이 줄어들었다. 달에 두어번은 꾸던 악몽은 온데간데 없이 무사히 한달이 지났다. 부스스 일어나 벽에 걸린 시계를 가늘게 뜬 눈으로 확인한다. 일찍 잠드니 일어나는 시간도 점점 일러진다. 오전 8시 10분을 방금 막 지난 시곗바늘을 시야에 담고 나면 방 안에 만연한 고소한 크림 스튜의 향기가 마른 코끝에 감돈다. 천천히 침대를 짚고 일어나면 화로에 불은 꺼져있으나, 살짝 열린 뚜껑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소리나지 않는 배려에 언제나 감사를 표할 길이 없이. 모든 것은 조용히 이루어졌다.
“깨우고 가지, 고맙다고는 해주고 싶었는데….”
나간지 얼마 안됐을 시간일 것이다. 비척거리며 침상에서 일어나, 다 뜨이지도 않은 눈을 비비며 서재 앞의 책상에 놓인 깃펜과 양피지 앞에 앉는다.
[저녁은 같이 식당에 가서 먹자. 내가 살게.]
어디 붙일 필요는 없었다. 항상 살피는 눈길은 온 곳에 닿았으니. 깃펜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보냉고에서 빵을 하나 꺼내고. 접시 선반에서 대충 아무거나 하나를 꺼내어 스튜를 국자로 잘 저어 그릇에 담는다. 스푼에 담겨있다 목 아래로 내려가는 스튜의 재료가 몸 안을 따뜻하게 데운다. 크림, 브로콜리, 양파, 고기, 배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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