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입학 사건으로부터 한 달 후. 황제 탄신일을 맞아 라흐벤시아 전역이 떠들썩한 흥분에 겨워 있는 오전. 라히안은 그답지 않게 무거운 고민에 빠져 있었다. 황제의 대리인으로서 발데마인의 탄신제에 참석하게 된 참이었다. 그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황가의 일원으로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뿐인 일이었다. 그의 마음을 심
황립 발데마인 마법 학교. 아주 먼 엣날, 대마법사 투르지엔이 인간들을 위해 세운 마법 학교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국가 교육 기관이다. 초대 교장 투르지엔에 대한 소문은 굉장히 무성한데, 학교 이름에 황립이 붙었으니 투르지엔은 황가의 사람일 것이라는 주장. 또 하나는 그의 정체가 사실 드래곤인데 마법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인간을 가여히 여겨
“......” “...” 붉은 머리칼이 눈앞에서 눈부시게 흩어졌다. 아름다운 색이었다. 세라엘은 학교 복도를 앞서 걸어가고 있는 베레니체를 따라가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 사람은 누구지? 리엔시에의 친구인가? 하지만 리엔시에는 나 말고는 친구가 없을 텐데. 이상했다. 세라엘은 리엔시에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친구일 터였다. 그녀에게 친구는 자신 이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점심시간을 맞아 학생들이 삼삼오오 식당으로 이어진 길목에 모여들었다. 곧이어 각자 주문할 메뉴를 고르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오늘 메뉴는 뭘까, 기대에 부푼 모습으로 옆 사람과 서로 잡담을 하고 있는 인파 가운데. 작은 머리가 퐁 하고 솟아났다. “잠깐... 잠깐만. 지나갈게.” “아, 뭐야?” “왠 꼬맹이야. 중등부인가?”
베레니체 비앙카 코톤 콜린은 콜린 자작 가문의 고명딸이었다. 다음 대 콜린 자작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발데마인 마법 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타고난 재능으로 입학하자마자 상급 마법 반에 들어갔다. 그녀는 그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어느 날, 베레니체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유일한 1학년이면서 특이한 소문에 휩싸인 이상한 아이를 만난다. 리엔시에 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