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본인은 스스로를 세상살이에는 비교적 둔한 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 상황도 상황이었고 출신도 출신이었으니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으니까. 기껏해야 기사가 가끔씩 지나가는 투로 이야기를 해주는 때도 있었으나 그조차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었다. 즉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경험을 토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래
베일은 솔라넬에서 가장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 있었다. 솔라넬은 부유섬으로서 어느 곳에 발을 내딛어도 지상의 어디보다도 하늘이 잘 보이지만 베일로서는 이 장소가 제일 마음이 뻥 뚫릴 것처럼 탁 트여 보였다. 비가 왔던 탓에 흐린 것이 아쉬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베일이 하늘 저 먼 곳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으니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 들어와 베일
키스를 했다. 연인들이 할 법한, 서로 껴안고서 혀와 혀를 얽히는 그런 찐득한 것이 아니라 입술과 입술이 잠시 맞대었다가 떨어진, 그런 가벼운 것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는 이러한 키스를 인사 대신 한다고 했던가. 어디서 주워 들은 건지도 모를 지식을 떠올리며 베일은 무심코 쥐었던 자신의 원피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키스라기 보다는 입맞춤이
누군가는 말했다. 하늘을 사랑했노라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두를 품는, 그러면서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는 그 자유에 손을 뻗었다고. 있는 힘껏 발돋움하면 하늘 끝에 닿을 수 있을까, 몸을 던지면 하늘을 품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시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과거의 나는 울 것 같은 마음을 무릎과 함께 품에 안으면서 언젠가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