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재는 선진화파에 오래 몸담았다. 오래 몸담았다는 말에는 제 주변 사람들이 속되게 말해 '물갈이'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위치라는 의미도 있었다. 흐르는 시간은 많은 것을 약속하지만, 잠입요원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살아남는 것으로 안전을 보증받지 못한다. 신입이든 오래 물 먹은 놈이든, 진짜 수상한 놈이어서 꼬리가 밟힌 건지, 재수없는 상황에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눈꺼풀이 무거운 것을 보니 비가 왔거나, 곧 오거나, 흐리거나 셋 중 하나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꼭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무시하려고 하면 주기적으로 두드렸다. 아는 사람의 범주에서 이 집 주소를 아는 사람을 꼽아보았다. 저토록 끈질기게 두드릴 사람은 세 명 정도 있었다. 둘은 욕
찬거리를 사 들고 도장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누군가 골목 안쪽에서 이름을 부르며 불러 세우는 것에 멈춰 서서 골목 안을 바라보았다. 안은 가로등의 불빛이 닿지 않아 어둡기 그지없었다. “최재석.” 잘못 들은 것인지 다시금 고개를 갸우뚱 할 때쯤 다시금 이름이 불린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발걸음 소리와 함께 천천히 걸어 나온 것은 남자였다. 낯이 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