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게 사막에도 비가 오는 날들이 있다. 모든 생명이 목이 말라 죽기 일보 직전의 시기, 세상이 말라붙은 그 시기에 단비처럼 내리는 하늘의 축복.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이들은 이러한 생명수를 들이켜 다시 살아갈 의지를 얻는다. 말하자면 새로운 생명의 촉진을 확실시하는 것. 신들이 내린 생명. 메마른 땅에 주어진 기회. 그런 단어들 따위로 치장되는 장마가 이
만날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을 사막으로 만들어서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가질 법한 소망.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 그런 걸 우리는 흔히 꿈이라고 부르곤 했다. 염원이라기에는 가볍고, 환상이라기에는 잔인하며, 소원이라기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셀 수도 없는 세상에서 꿈은 말 그대로 이상과 희망을 꾹꾹 눌러 담은
늦은 밤의 사막에서 정적이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파열음이 적막을 가른다. 화난 남자의 목소리가 하나 들린다. 바람과 하늘에 흩어지지도 않고 곧바로 내리꽂아지는 목소리는 그의 앞에 있는 여자를 가르듯 꽂혀버리고, 여자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다. “왜,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은가?” 정말이지, 꼴도 보기 싫다. 남자는 여자의 저런 얼굴을 싫어했다
서쪽에서 옅은 봄바람이 불어온다. 크로커다일은 항구에 정박한 모비 딕 호를 뒤로 하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따라 걸었다. 뒤에서 선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한 번 정도는 봐주리라고 생각하면서. 언뜻 화이트 베이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그 여자라면 달리 말하지 않고 모른 척해줄 것이다. 물론 돌아왔을 때 예의 이상한 웃음을 짓는 건 어쩔 수 없겠
처음으로 발 들인 지하 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음산한 곳이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으며,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구원처럼 허락했던 불은 이곳 죄수들에게 감히 허락되지 않은 탓에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온기 또한 없었다. 부드러운 대지를 뚫고 싹 튼 새싹, 꽃향기와 풀 내음,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같은 것들은
윈프레드는 어릴 적부터 식물을 좋아했다. 가프 씨를 만나 ‘윈프레드’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전까지 그는 프란샤 왕국의 캘러이스 마을에서 지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름이 없던 윈프레드를 ‘꼬질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어린아이였던 그가 처음 마을에 나타났을 때 피부며 머리카락이며 입고 있는 옷까지 전부 꼬질꼬질해서 그 모습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기 때문이다. 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