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헐리웃 스튜디오의 일상은 대체로 평화롭다. 제멋대로인 높으신 분들과 갈려 나가는 실무 스태프들, 때때로 생떼를 쓰는 연기자와 그 에이전시, 상업 시장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느라 오만 곳에 민폐를 끼치는, 눈치라곤 쥐톨 만큼도 없는 감독들… 같은 것이야 물론 사실이지만 대단한 음모가 도사린다거나 흡사 야생과 같은 생태계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 글은 2016년 여름에 발간된 글로 시간이 많이 지나 무료로 공개합니다. 학교 내 폭력, 가정 폭력 등의 묘사가 상당량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엄마의 애인은 뱀 같은 남자였다. 그는 기어코 엄마를 설득해 날 기숙학교에 보냈다. 엄마가 1박 2일짜리 짧은 캠프도 겨우 보내던 사람이란 걸 생각하면 가히 놀라운 일이었다. 엄마는 특별
1부 어쩌다보니, 나도 모르게 1 모든 것을 얼릴 것 같은 추위가 한 풀 꺾이자 우체통에 두툼한 서류가 채워졌다. 민호는 예상하고 있던 것이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 길게 숨을 쉬었다. 일단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니, 그것을 가방에 쑤셔 넣고 다시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목에 두른 머플러를 끌어올려 입가를 가린 뒤 페달을 밟았다.
*2015년 6월에 있었던 민른전에서 무료배포된 것으로, <겨울밤>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금발머리의 남자를 찾은 것은 넉 달 전 일이었다. 그는 키가 큰 편이었는데, 민호보다는 약간 작아 토마스와 비슷했다. 대신에 훨씬 깡마른 몸에 한 눈에 보아도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공무원들이 으레 그렇듯 역력한 피로와 무기력함에 그리 위협적이진 못 했다
겨울밤 무엇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란 말인가요? 이제서야 해야 했을 말이 떠올랐다. 어려운 문제의 답은 단순한 소일거리 따위를 할 때에야 떠오른단 말대로 민호는 한창 집안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와 답이 나와봤자 무슨 소용일까. 이미 차는 떠난 뒤였고 남겨진 것이라곤 몇 개의 숫자 조합이 적힌 쪽지뿐이었다. 금발머리의 남자가 찾아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