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 밑에서 군마가 거칠게 요동쳤고 손에 쥔 창자루는 피에 젖어 미끄러웠다. 비라도 한바탕 뿌려준다면 좋으련만, 고작 며칠 전 지난 난 둥고르세브에서마냥 어두컴컴하게 드리운 그림자는 전의를 지독히도 갉아먹었다. 무뎌진 손가락에서 창이 한 번 훅 튀어오르기가 무섭게 갑옷이 찢긴 자리를 향해 도끼날이 닥쳐들었다. 그는 가까스로 허리를 젖혔다. 기괴한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