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해냈어!” 켈레브림보르는 그날만 해도 열네 번째로 외쳤다. 나르비는 질리지도 않고 허공에 움켜쥔 주먹을 치켜들었다. “끝났다고!” “지긋지긋했어!” “다신 안 할 테다!” “나마리에!” 낄낄거린 켈레브림보르가 잔을 비웠다. 그의 잔에는 크하잣둠의 자랑인 밀맥주가 채워져 있었(었)다. 나르비의 잔에서는 아직 도르위니온산 포도주가 검푸른 빛깔로
기반 “글람호스.” 보드 위에 검은 말 열여섯 개를 내려놓으며 켈레브림보르가 말했다. 안나타르는 켈레브림보르의 손등에서 뼈마디가 도드라지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손가락과 손등이 만나는 곳에서 가는 뼈가 솟아오르고 가라앉는 모습이 악기를 타는 움직임처럼 부드러웠다. 사슴 가죽을 씌운 사각형 나무판에는 붉은 실로 여든한 개의 정사각형이 수 놓여 있
“하지만 아이를 낳을 마음은 없는 겁니까, 페아나린케?” 묻는 바부터 그 끝의 호칭까지 완벽하게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질문이다. 켈레브림보르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안나타르를 노려본다. 이 무렵의 그는 아직 안나타르를 친구처럼 여기지는 못하나, 그렇다고 몇몇 장인들이 그러듯 숭배하지도 않기에. 두 나무의 빛 아래에서 자란 그에게 서녘의 사자는 그 신분
빛의 속도를 재어 보았느냐고, 언젠가 안나타르 아울렌딜이 그에게 물었었다. 켈레브림보르는 고개를 저었다. 기예란 극한으로 치닫을수록 모순으로 가득했으며 그의 요정석은 재료의 합보다 무거웠지만, 이제껏 광속을 재려 해 본 적은 없었다. 이유를 꼽기는 어려웠다. 힘링에서 타오른 봉화가 단 몇 분 안에 바라드 에이셀에 닿는 한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아마
“사람들이 너를 멜리안에 비견한다더군.” 별 것 아니라는 투로 흘러나온 한 마디는 허공에 나른하니 흩어졌다. 안나타르는 씩 웃으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순백의 예복이 몸 아래에서 구겨지며 바스락거렸다. 작업실에야 온갖 미완성작과 도면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으나, 켈레브림보르의 침실은 그리 넓지도 않을 뿐더러 책상 하나 없이 단출했고, 가구라
At the beginning of the Second Age he was still beautiful to look at, or could still assume a beautiful visible shape—and was not indeed wholly evil, not unless all “reformers” who want to hurry u
안장 밑에서 군마가 거칠게 요동쳤고 손에 쥔 창자루는 피에 젖어 미끄러웠다. 비라도 한바탕 뿌려준다면 좋으련만, 고작 며칠 전 지난 난 둥고르세브에서마냥 어두컴컴하게 드리운 그림자는 전의를 지독히도 갉아먹었다. 무뎌진 손가락에서 창이 한 번 훅 튀어오르기가 무섭게 갑옷이 찢긴 자리를 향해 도끼날이 닥쳐들었다. 그는 가까스로 허리를 젖혔다. 기괴한 투
포스타입 남자는 초겨울 어느 해질녘에 성문을 두드렸는데, 그 직전까지도 망루를 지키던 경비병들은 남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병사들이 한바탕 발칵 뒤집히고 그들의 주군이 다급히 불려오고 군식구 애들까지 슬쩍 소동을 구경나온 뒤에야 비로소 문이 열렸다. 엘론드는 마글로르의 등에 반쯤 몸을 숨긴 채 남자를 지켜보았다. 아몬 에레브에 이방인이 방문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