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라 토오루가 그 방에 있었다. 아직 키가 문고리에 채 닿지 않을 시절. 어린 내가 높이 매달린 문고리로 손을 뻗어, 방 안으로 들어간다. 차분한 하늘빛의 방. 그 방 한켠에 놓인 침대 위가 볼록했다. 나는 그대로 침대로 다가가, 위로 솟은 이불을 들춘다. 하얀 이불이 펄럭이며 들추어지고 나면, 그 속에 토오루가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아직 앳된
포도 주스. 갑자기 온 메일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발신자, 아사쿠라 토오루. 그걸 확인하고 나는 메일을 무시했다. 엑스 제곱 더하기..., 이마를 감싸고 숙제를 마저 풀고 있으면, 10분쯤 지나서 다시 메일이 왔다. 포도 주스. 빨리. 다시 온 메일을 보고 20초 정도 고민하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 얕은 한숨은 덤. 가벼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빛이 넘친다. 화악, 하고. 창문으로 넘친 빛은 천장에 물결친다. 일렁인다. 몇 번이고, 몇 날이고 반복된다. 해가 질 때까지. 그리고 다시 해가 뜨면 또 똑같이. 나는 소파에 앉아서 그것을 바라본다. 이곳은 수조다. 물결이 일지 않는. 바다로 이어지지 않는. 나는 수조에서 유일하게 유리로 막히지 않은 천장을 바라본다. 가정부 아주머니는 조금 전에 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