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마스터 샤이니 컬러즈

[마도토오] 그대의 눈동자에

sn by 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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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주스.

갑자기 온 메일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발신자, 아사쿠라 토오루. 그걸 확인하고 나는 메일을 무시했다.

10분쯤 지나서 다시 메일이 왔다.

포도 주스. 빨리.

메일을 보고 20초 정도 고민하다 몸을 일으켰다. 가벼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갔다. 다행히 냉장고에는 포도 주스가 남아있었다. 포도 주스 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열 걸음이나 될까. 가까운 이웃집이라는 게 이럴 땐 다행이다. 아니, 불행인가.

초인종을 눌렀다. 벨 소리가 끝나고 곧, 열려있어―하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문은 쉽게 열렸다.

실례합니다, 라는 의례적인 인사말과 함께 현관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토오루의 부모님은 안 계실 테지만.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서 신발장에 넣었다. 토오루네 집으로 들어와 포도 주스 팩을 들고 토오루를 찾는다.

여기야, 여기.

조금 울리는 목소리가 아사쿠라 가의 욕실에서 들려왔다. 욕실의 문은 열려 있었다. 양말을 벗고 욕실 문지방을 넘는다.

욕실 안으로 들어가면 토오루가 욕조 안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히구치.

포도 주스라니, 뭐야.

와인잔.

….

2개, 플리즈.

여기까지 와서도 귀찮은 부탁을 하는 토오루를 앞에 두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포도 주스 팩을 욕실 안에 내려두고 부엌으로 향했다. 선반에서 어렵지 않게 와인잔 2개를 찾았다. 한 손에 모아들고 욕실로 돌아왔다. 내가 욕실로 들어오자마자 토오루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와인잔 하나를 쥐여주었다.

와인.

토오루가 와인잔을 흔들었다. 그런 토오루를 나는 내려다본다.

어차피 어딘가의 영화에 나왔겠지.

아, 응.

그리고 작게 웃었다.

한잔하자?

다시 토오루가 와인잔을 흔들었다. 그 잔에 포도 주스를 따랐다. 볼록한 와인잔의 가장 넓은 부분까지 주스를 채우고, 아마도 내 몫일 잔에도 똑같이 따랐다.

빙글빙글 잔을 돌리던 토오루가 내 잔이 다 차자 와인잔을 들고 말했다.

건배.

포도 주스 팩을 내려놓고 잔을 들었다.

그리고 토오루의 잔에 부딪치는 대신, 욕조에 발을 넣고, 다른 쪽 발도 디뎌서, 욕조 안에서 두 발로 섰다.

아사쿠라 토오루가 나를 올려다본다.

짧은 소다 색 머리카락이 목 언저리에 젖어 달라붙어 있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몸의 상이 물속에서 흔들린다. 투명한 눈동자가 내 모습을 담는 것을 바라보다가.

발을 움직여 토오루에게 물을 끼얹었다.

목욕할 때 문 열어놓지 마.

그리고 잔을 내려 토오루의 잔에 부딪쳤다.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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