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마스터 샤이니 컬러즈

[마도토오] 수조 속의 고래

sn by 송로
8
0
0

빛이 넘친다. 화악, 하고. 창문으로 넘친 빛은 천장에 물결친다. 일렁인다. 몇 번이고, 몇 날이고 반복된다. 해가 질 때까지. 그리고 다시 해가 뜨면 또 똑같이.

나는 소파에 앉아서 그것을 바라본다.

이곳은 수조다. 수조에서 유일하게 유리로 막히지 않은 천장을 바라본다.

가정부 아주머니는 조금 전에 왔다 갔다. 오늘도 무언가 만들어주셨다. 냄새가 난다. 따뜻한 음식의 냄새. 하지만 입에 넣을 마음은 들지 않는다.

계속, 푹신한 쿠션에 엉덩이를 붙이고, 팔로 다리를 끌어안고, 물결을, 일렁이는 빛을 좇는다. 출렁출렁. 아니, 하늘하늘.

빛이 움직인다. 하얀 천장에 불은 꺼져있고, 비쳐 든 빛만이 환하다.

그날. 빛이 반짝반짝 비치는 하얀 드레스를 입었던 날. 천장에 불이 여러 개, 환하게 켜져 있던 것 같다.

그리고 히구치가 불빛 아래 있었다.

어울리네. 웨딩드레스.

응? 아, 응.

예전에 CM 찍을 때 입었던 거지?

응, 남편이. 그때 반했다고 말했으니까.

후. 히구치가 웃었다.

악취미네, 네 남편.

하얀 대기실에서 나오면 식장은 왠지 캄캄하고 길만이 환했다. 내가 걸어야 하는 길. CM과 같은 옷을 입고, 하지만 CM처럼 맨발로 달릴 수는 없다.

끝까지 걸어서 뒤돌아보면, 어두운 속에서 히구치가. 보고 있다.

신부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합니까?

캄캄하다. 그 속에서 히구치만이.

네.

환했, 던가?

결혼하고 나서 남편은 항상 바빴다. 뭐라고 했더라, 회사의 높은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당연한 걸지도. 그리고 하루에 두 번, 가정부 아주머니가 왔다. 와서 청소를 하고, 냉장고에 음식을 채우고, 따뜻한 밥상을 차려놓고, 가버렸다.

나는 낮 동안 빛이 드는 천장을 본다. 빛은 잡히지 않는데 어째선지 흔들린다. 출렁출렁, 물결친다. 하늘하늘, 일렁인다.

항상 같고, 항상 같지만은 않은 빛을 보고 나는 히구치를 생각한다. 생각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생각하고 있다.

식장에서 히구치는 나에게 뭐라고 했더라.

초인종이 울린다. 집에는 나밖에 없다. 가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맨발로 마루를 걸어서 현관으로 간다.

그리고 히구치가 있다.

에?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머리가 짧다. 식장이 마지막이었으니까, 벌써 몇 년인가 만이다. 그 사이에 머리가 길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고 하겠지. 그렇지만 신기하다. 오랜만이어서 일지도.

어떻게?

엘리베이터 타고.

아니, 여기 비싼 아파트인데.

히구치가 눈썹을 치켜올린다. 그리고 옅은 한숨을 쉰다.

아사쿠라.

이제 아사쿠라가 아니야.

아사쿠라.

히구치가 손을 내민다.

가자.

히구치가 내민 손을 본다. 나는 이제 아사쿠라가 아니고, 히구치도 히구치가 아닐지 모른다.

뒤돌아본다. 수조. 천장에 빛이 들이치는 수조. 넓고 비싸고 매일 음식을 차려주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수조에서 고래는 살 수 없다.

히구치의 손을 잡았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곳은 바다였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G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