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젠가 충고 아닌 충고를 들은 적 있었다. 굽이치는 단발이 보기 좋았던 런던의 어느 소녀에게서, “군인에게 마음 주어선 안 돼요, 알죠?” 라고. 침침한 조명 속에서 중위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무대 위에 뛰어올랐다. 반쯤 그림자에 묻힌 입매가 쑥스러운 미소를 머금던 것도 잠시였다. 잿빛 눈동자 위로 눈꺼풀이 내리깔리는 것을 지켜보며 글로르핀델
늦은 아침, 엘렘마킬은 지독한 두통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 두 눈을 끔벅거렸다. 주변은 낯설지도, 익숙하지도 않았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한 끝에 그는 제가 두 번째 관문의 숙소에 놓여 있는 모양이라고 결론내렸다. 숙소 바닥에 널브러진 이들은 태반이 돌의 관문의 제복을 입고 있던 것이었다. 엘렘마킬은 머릿수를 거듭 어림해, 잠든 이들의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