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긋지긋하네요. 퇴마사 씨." "…… 죄송해요." "죄송하다 해봤자 또 그럴 거 아닙니까? 그 사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네요." 일부러 벼려낸 비수를 쏟아내어도 지젤은 기어이 아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죄송하다 미안하다 사죄를 읊는다. 이젠 거의 버릇처럼 흘러나오는 사과를 들으면서 아인은 속 막힌 울분을 해소하지도 못하고
"비키세요, 퇴마사 씨." "그럴 수는 없어요." 아인은 오늘도 자신의 앞을 막아선 채로 곧은 눈빛을 거두지 않는 지젤을 보면서 고요하게 입매를 비튼다. 엘의 힘을 이용하려 들었던 잡배들을 심판하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방해꾼은 평소 유약하기가 이를 데 없어 자신의 어문 하나하나에 눈치를 보고 몸을 움츠리는 주제에, 아인이 살생을 저지르려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