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 쓰지도 않는 무거운 검을 매일 차고 다니고, 매일매일 광나게 닦으며 관리했다. 내가 친구를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고, 잊고 싶지 않았기에. 검을 쓰는 순간 샘솟는 벗과의 추억은 나를 점령하려 들었고, 감정에 잠식당하고 싶지 않아 들고만 다녔다. 쓰지도 못하는 검 미련하게 왜 들고 다니는 거냐며 핀잔도 들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검이었기
그날은 빌어먹게도 날씨가 좋았고, 그 모든 것이 평화로웠으며,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과 내일이 흘러갈 것이라 예상되는 날이었다. 직장인들은 손에 커피를 한 잔씩 들고 회사로 비척비척 걸어들어갔으며,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제와 다름없이 학교와 학원을 가야하는 처지를 불평하면서도 그들의 일상을 충실히 수행중이었다. 그러니까, 정말 다른 점이 없었고 그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