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phis Academy

그날 부서진 세계는

엘피스 아카데미 회장즈 기반

그날은 빌어먹게도 날씨가 좋았고, 그 모든 것이 평화로웠으며,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과 내일이 흘러갈 것이라 예상되는 날이었다. 직장인들은 손에 커피를 한 잔씩 들고 회사로 비척비척 걸어들어갔으며,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제와 다름없이 학교와 학원을 가야하는 처지를 불평하면서도 그들의 일상을 충실히 수행중이었다. 그러니까, 정말 다른 점이 없었고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거다.

"여운이 출근 안 했어?"

린의 단순한 물음이 발단이었다. 인사팀 팀장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을 정신 나간 사람은 없었고,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은 그의 물음에 대답을 해줘야만 했다. 그러나 그날따라 유달리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아니면 차장님 출근 안 하셨어, 따위의 소리만 그의 귀를 맴돌았다. 린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9시 4분. 출근 시간이 4분 지난 시점이었다.

린은 결국 여운의 행방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표에 기록된 병가, 그 단어 하나가 그토록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그 옆에 써져 있는 여운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자발적으로 야근을 했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나오던 여운이, 돌연 휴가를 냈다는 거다. 그것도 출근하기 1시간 전에.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다른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아픈가보다, 라며 넘겼지만 린은 어딘가 찜찜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진짜 걔가 아프다고? 엊저녁 멀쩡히 대화하면서 놀던 그 녀석이? 도저히 납득이 안 된 탓일까. 린은 차마 중간에 나가지는 못하고 제일 한가하고 연락을 잘 받을 법한 이에게 짧은 카톡을 남겼다.

『여운이 병가 냈던데, 행방 아냐?』

『... 그분이요? 아뇨? 무슨 일 있어요?』

답은 즉각 찾아왔다. 모른다고. 그럼 그 녀석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이란 말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리 좋지 않은 불쾌한 기분이 그를 감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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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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