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者的位置和未来
명일방주 총웨 드림 커미션
대염,
숴가 태어난 곳. 쉐이는 인간의 편에 서서 베헤모스와 싸우는 쪽을 택했다. 분명 인간 아닌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이기심 때문이다. 총웨에게는 지금 와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의 여동생 니엔이 말했다. ‘내가 백년 동안 묘를 지키면서 계속 생각해 봤지만, 이나 저나 재미없는 옛날이야기야.’ 정말로 그러했다.
옥문,
총웨가 나타난 곳. 그들의 인수유별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그곳에서 태어났다. 인간 아닌 자가 인간에게 감정을 품고 그것으로 탈바꿈하다니! 신비롭게 반짝이는 삶生, 여정, 업業, 재주, 품격…… 무武. 이 어찌 감탄 않을 수 있겠는가? 숴는 인간에게 녹아들어 갔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은 건 인간 총웨뿐이었다.
어느 부모가 제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아이야, 종사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란다. 한 발짝 나아가고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옥문을 위협하는 적들이 쓰러져 나갔지. 우리가 평화로이 지낼 수 있는 것도 전부 종사님 덕분이야. 총웨는 거리에서 자신에게 매달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가 자라 병사가 되었을 때도 총웨는 앞장서서 군을 이끌었다. 옥문을 지키는 병사였던 한 노인이 말한다. “옥문에서 그러한 인재를 떠나보내다니, 안타까운 일이야. 신기하지. 늙지도 않고, 무예 역시 물러지지 않으니, 마치 인간이 아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난 마지막에 봤다네. 종사님의 웃음을 말이야. 인간이 지을 수밖에 없는 표정이었어. 마치 마음속에 묻어 둔 걸, 조금은 떨쳐낼 수 있었다는 듯한……. 부정할 수 없었다네. 아니라면 같은 인간인 내가 그리 느낄 도리가 없었으니."
옥문을 떠난 총웨는 한 척의 지상함으로 향했다.
로도스 아일랜드,
그가 새로이 터 잡은 곳. 이곳에는 동생들이 많아 마치 고향 같은 느낌이 났다. 로도스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걸 접하며 배웠다. 염국인이 아닌 많은 자에게 전투를 가르쳤다. 가족과 만나 한때의 찰나 같은 담소를 나누며 영화 촬영에 협력하기도 했다. 외에도 신경 쓰이는 자가 있었다. 이들의 우두머리인 박사다. 어떠한 재주를 부려 자기 동생들을 한곳에 모았을까? 이 자라면 둘째의 꽤 괜찮은 대적 상대가 될 수도 있겠어. 어쩌면 동생들이 걱정하고 있는 걸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가까이에 다가서서 바라보니 평범한 인간이다. 이 자도 나와 비슷하구나. 아, 많은 생각이 든다. 총웨는 이를 구태여 말로 꺼내어 박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박사와는 뜻이 잘 통했다. 총웨 역시 생각을 읽고 박사의 등을 지켜줄 때가 많았다. 이 둘은 제법, 잘 섞이고 있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사미의 이변을 해결 후 남하하고 있었다. 총웨는 이른 새벽의 훈련을 마치고 몸을 단정히 한 뒤에 박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평생 몸 바쳐 무를 갈고 닦았지만, 부관으로 임명되고는 종이에 적힌 글을 읽는 일도 스스럼없이 하고 있었다. 하기야, 새로운 걸 습득하는 데 천재와 같으니 비서로 일하지 못할 건 무엇인가? 처음 이 일에 대해 설명할 때의 박사는 다소 긴장한 태도였으나, 몇 번이나 합을 맞춘 뒤로는 아침 합동 체조보다도 원활하게 진행되어 제법 특출난 성과를 보였다. 박사, 오래 앉아 있기만 하면 몸에 무리가 온다네. 자, 일어서서 온몸을 쭉 펴고 구부리며 혈을 순환시키는 게 좋아. 무인이라면 내 기꺼이 이에 효과적인 무공을 전수하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말이지. 이러면 박사는 벌떡 일어나서 제정신을 차리겠다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탁탁 친 뒤에 스트레칭하고는 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갑판으로 나갈 때, 박사의 집무실이 밝았으니 아직까지도 휴식하지 못한 듯했다. 미지로 가득 찬 극지의 탐사를 문자로 남기는 건 한시 한때 이를수록 좋으니, 다소 과로하고 있는 모양이다. 밝아진 방은 해가 뜰 때까지 어두워지지 못했고, 총웨는 그 앞에 서 있었다.
그가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몇 초가 지났는데도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혹시 일에 열중하느라 듣지 못했을지도 모르니 한 번 더 절도있게 문을 두드린다. 박사는 노크 소리만으로도 자신이 온 걸 파악할 수 있는 영민한 자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걸 보아하니, 안의 상황이 눈에 선하다.
“들어가겠네.”
총웨는 성실하다 못해 자신에게도 엄격한 사람이었다. 상사가 잠시 의식을 잃을 정도로 과로하여 쓰러진다면 좋은 기회라며 홀랑 도망가는 다른 몇 쉐이들과는 달랐다. 문 사이로 의자에 앉은 채 쓰러지듯이 자는 박사가 보인다. 수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건지 열린 창문에서 차가운 북풍이 불어온다. 덕분에 몇 장의 종이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흐트러져 있었다. 이번 여정은 분명 가혹하기에 그지없었다. 켈시가 작전 후 충분한 휴식을 권했는데도 뿌리치고 서류에 몰두하고 있는 건 오롯이 박사 자신의 의지였다. 하지만, 총웨는 이를 이해했다. 그도 삶을 바쳐 몰두하고 있는 게 있었고, 박사가 세계를 바라보는 입장과 일치했다. 그는 떨어져 있는 종이들을 주워 박사 앞에 있는 데스크 위에 올려 둔다.
이계의 데몬과 붕괴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주술사들과, 나아가서는 이에 간섭하고 있는 우르수스 제국까지…… 무수한 내용들이 활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아직 전부 담지 못했다. 의자에 몸을 뉘고 위태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약한 몸을 가진 존재가, 이처럼 많은 것을 자신에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어찌 감히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분명 이번에도 잔소리를 들을 각오는 했겠지만, 의지가 앞서나간 나머지 스스로 한계를 시험한 거야. 나를 믿어서.’
일어난다면 자신을 향해 말하겠지. 총웨 씨가 올 거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아아, 알고말고. 우리의 호흡은 제법 괜찮은 편이니. 그러니 걱정 말고 자네는 좀 쉬어두는 편이 좋겠어.’
박사의 상기된 표정이, 다급한 숨이, 눈앞에 생생히 비친다. 그의 앞에서는 모습이 평소와는 달라지는데, 이는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크게 바뀌지 않았고 총웨는 매번 그런 박사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창문을 닫고 집무실을 환히 밝히고 있던 등을 끈다. 이대로 번쩍 안아 들어 간이침대에 옮기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얕게 자고 있을 박사를 깨울 수도 있다. 다시 눈을 번쩍 뜰 거고, 자신이 품에 안겨 있다는 걸 깨닫고 말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지.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는 편이 나을 거라 말했는데도 차마 못 이루고 미약한 흥분감에 체력을 더 소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리, 몇 시간이나마 편안하게 쉬게 한 뒤 스스로 눈을 뜬다면 침실로 안내하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곳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면, 방금 스쳐 지나가듯이 생각한 것처럼 했을지도 모르겠으나.
박사,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에 걸쳐서 자네를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군. 우리는 많은 전투와 모험을 거치며 좀 더 가까워졌다네. 견고한 믿음은 신뢰가 되고, 이는 분명 당신이 추구하는 것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만들어 줄 테지. 나도 기꺼이 이에 도움이 되고 싶군. 만약 자네만 괜찮다면…… 나는 자네의 옆에 있어 주고 싶어.
총웨는 어두운 집무실 한 측에 비어있는 의자를 끌어와 박사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 너머의 미래를 엿보니 무척이나 아름다운 꿈을 피워내는 박사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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