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아가 나선 건 오후 늦게였다. 새벽까지 일어나서 움직였고, 해가 뜰 때까지 생각을 정리하느라고 깨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낮에는 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갈렌과 셰른에게 이변이 있을 시 깨워달란 말을 하고 나서 그대로 침대 속으로 쑥 들어갔다. 그리고 그 직후, 끼니를 챙기러 간 식당에서 웅성거리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둘은 에아의 약속을 지켜주려
땅거미 질 즈음, 돌바닥을 두들기는 편자 소리가 점차 늘어지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쪽의 도시에 도착했다. 짐짓 열 명은 됐겠지만 실상으로 보면 서넛씩 3개의 무리가 하나로 뭉친 듯 소지한 장비의 인장이나 문양의 디자인이 달랐고, 각자의 무리로 뭉쳐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무리에서, 옅은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이가 앞으로 나와 이목을 끌어 박수를
흰 커튼 아래로 햇볕이 감은 눈을 때리는 감각에 에아는 전날 시계의 태엽을 감아놓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으며 벌떡 일어났다.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사특한 기운처럼 느껴진 에아는 서둘러 의자에 걸어뒀던 가운을 걸쳐 입고 잰걸음으로 뛰어내려갔다. 곧 있으면 주문했던 제품들이 올 예정이었고, 에아는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고 계단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옅은 빛무리가 일렁거린다. 어떤 때에는 보는 이의 왼쪽으로 한 번 크게 씰룩이고, 어떨 때에는 오른쪽으로 세 번 흔들거리기도 한다. 고개를 치켜들어 그 붉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 사람의 머리카락의 끝은 짙은 회색이었다가, 위로 올라가면 갈 수록 희다 할 정도로 연한 회색으로 변해갔다. 그런 사실을 아나 모르나, 가운을 입은 자는 눈을 두어 번 끔뻑거리다